최근 직장을 구하려는 취업인을 대상으로 한 ‘취업스터디’ 사기가 기승이다.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은 대부분 자기소개서, 인적성 검사, 면접 등 스터디 모임을 구성해 준비한다. 이러한 취준생을 상대로 이득을 취하려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 중에는 무료스터디를 가장한 유료스터디가 있다. 일단 무료라고 취준생을 현혹시킨 후 시간과 돈을 소비하게 만든다. 펀미디어는 독자의 제보를 바탕으로 취업사기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현직자 유료 스터디, 명백한 불법임을 알고 신고하자
네이버의 유명 취업 커뮤니티인 ‘스펙업’의 ‘유료 스터디’ 신고 게시판에는 각종 제보가 잇따른다. 무료라고 기재해 놓고 교재비나 복사비로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거나 장소 대여비를 요구하는 일도 있다. 현직자의 멘토링을 받을 수 있다며 6개월에 60만원인 패키지 상품을 제시한 사례도 등장한다.
직장인이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스터디를 이용해 돈을 버는 행위는 엄연히 불법이다. 현직자라고 주장하는 유료 스터디 개설자가 실제 해당기업의 현직자가 아닐 수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사설 강의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단속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적인 분위기도 한몫한다. 기업은 스펙을 많이 따지지 않는다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더 나아가 스펙은 ‘다다익선’이며 ‘고고익선’이다. 취업준비생도 연봉이 많은 회사, 남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회사를 목표로 한다. 지원자는 많고 자리는 한정된 상황에서 취업경쟁은 과열된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취업준비생은 절박하다. 이런 환경에서 취준생의 절박함을 악용하는 사람들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무료스터디, 알고 보니 유료스터디
실제로 S생명 직원이 ‘스펙업’에 취업스터디 모집글을 게시했다. 사전에 유료스터디인 것을 명시하지 않았고, 스터디원들이 스터디에 참여하려고 모였을 때 유료 스터디라는 걸 밝혔다. S생명 직원은 3시간씩 일곱 번 강의를 해주겠다고 한 뒤 10만원을 요구했다. 스터디에 지원한 사람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들었으나, 일곱 번으로 예정된 커리큘럼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심지어 그 직원은 늦잠을 자거나 본인의 업무가 바빠 얼굴만 비추고 간 적도 있다. 스터디가 진행되고 3주차, 4주차 정도 됐을 때는 취준생끼리만 모여서 하는 스터디와 다를 바가 없었다고 한다.
◇환불제도조차 마련되지 않아
강남의 한 스터디업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업체를 이용한 취준생은 스터디 비용을 지불한 뒤 환불을 요청했으나 당일만 가능하다는 이유로 환불 처리가 되지 않았다. 심지어 스터디에 참여했는데 스터디원이 본인 한 명이었다는 황당한 사례도 있다. 30분을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 않아 다른 반의 스터디와 통합해 진행했다. 상황은 그 쪽도 다르지 않아 겨우 세 명으로 스터디를 운영했으며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 이 업체는 아이디를 바꿔가며 게시글을 도배했다. 제대로 된 스터디를 구하려는 취준생이 여러 군데에 연락을 해봤음에도 전부 해당 업체로 연결돼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입사 전 통장 비밀번호 물어
다음은 취업사기의 피해자가 보이스피싱의 가해자가 된 기막힌 사례다. 여름방학을 맞아 알바를 시작하려던 김모씨는 이력서를 넣고 합격을 기다렸다. 며칠 후 업체는 보안증에 넣을 비밀번호를 설정해달라며 연락해왔다. 알바 합격 소식에 기쁜 나머지 의심 없이 비밀번호를 보냈고, 업체는 3일 후 체크카드와 증명사진이 필요하다며 메일을 보내 달라 했다. 메일을 보낸 지 1분도 지나지 않아서 실물이 필요하다는 연락이 왔고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퀵을 통해서 배송했다.
다음 날 주민번호를 되물었고 보안카드 비밀번호와 체크카드 비밀번호가 같다는 것을 알아갔다. 교육받을 주소를 메일로 보내주겠다며 며칠을 기다리던 중에 김모양은 자신이 사기를 당했음을 알게 됐다. 그때서야 계좌정지와 카드분실신고를 했지만, 타 은행에서 700만원 정도가 지급되었다는 것이다. 김모양 본인은 피해자이지만 보이스피싱에 통장을 제공한 혐의로 금융법 위반 사례가 됐다. 피해자가 민사소송을 걸면 책임을 물어내야 한다. 또 대면거래만 가능하고 인터넷 뱅킹 이용에 제한이 있다.
◇피해를 미리 막는 방법은
유료스터디 피해는 최근의 일이 아니다. 취업시즌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유료스터디 피해사례가 있었다. 유료스터디만이 전부가 아니다. 취업을 보장한다는 고액 컨설팅, 강제자격증 수강에서부터 다단계, 대출사기까지 너무나 다양한 방법으로 취준생을 괴롭힌다. 그만큼 취준생의 절박함을 이용한 악질 행위를 피하기 위한 대처법을 숙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유료스터디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스펙업을 포함한 다른 취업지원 사이트는 유료스터디 모집 게시글을 전면 금지한다. 하지만 거짓 스터디 광고가 너무 많고 그 진위파악이 힘들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모씨의 사례에서 봤듯이 입사 전에 인감이나 통장, 비밀번호 등을 알려달라는 것은 각종 사기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주민등록등본과 통장 사본 등 서류는 입사 뒤에 제출하기 때문이다.
특히 구체적 근거 없이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는 회사는 불법 다단계회사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합법적 다단계 회사는 교육 및 합숙을 강요하지 않으며 상품 판매를 위한 대출을 권유하지 않는다. 대기업 인사팀 간부를 소개시켜 주겠다며 ‘3000만원만 내면 대기업에 취업시켜 줄 수 있다’고 말하는 취업 브로커도 조심해야 한다. 취준생을 자녀로 둔 부모에게 접근해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구직자를 포함해 가족도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