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경제성장은 많은 환경 문제를 낳았다. 다행히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환경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해 일부 분야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 하지만 우리나라 시장은 이미 포화됐다. 환경산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던 상하수도 보급률은 거의 100% 수준에 이르렀다.
해답은 해외시장이다. 해외는 무궁무진한 시장이면서 나라별 수준도 달라 우리 기업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개척할 수 있다. 국민 소득이 1000달러도 안 되는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서는 톤당 5000원의 물차를 사용하는 곳이 있다. 상수도가 오염되다 보니 이를 불신하는 부유층이나 외국 상사주재원이 이 물차의 물을 구입한다. 이곳에선 톤당 500원에 최고급 물을 공급할 수 있는 국내 이동식 정수처리장치가 매우 경쟁력 있는 상품이다.
대부분 개도국에서는 폐기물을 도시 외곽 지역에 투기한다. 침출수로 인한 수질 오염은 물론이고 온갖 해충과 악취가 진동한다. 우리 폐기물 처리기술을 활용하면 환경 개선과 자원회수도 가능하다. 이처럼 해외는 우리 환경 기술과 제품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해외시장은 녹록지 않다. 언어가 다른데다 환율, 문화, 정책이 달라 쉽지 않다. 더욱이 환경 상품은 일반 상품과 달리 환경 시설물 구성품으로 납품되기 때문에 제품의 품질과 가격 외에도 호환성, 내구성, 유지 보수 용이성 등 다양한 요소를 충족시켜야 한다. 반면에 환경기업은 대부분 영세해 이런 정보에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알고 있더라도 대응할 여건이 못 된다.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자본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그린 엑스퍼트 100’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수출 가능 사업자에게 수출 목표액을 제시받아 이의 달성을 전제로 수출에 소요되는 홍보나 마케팅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자격을 갖춘 컨설팅사업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공동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한다. 환경 기업과 컨설팅 사업자 간 공동 협력은 분업과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올해 처음 시행했지만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제품과 기술력을 갖춰 하수처리 시장을 석권한 A사는 콤팩트한 디자인으로 설치비와 운영비를 크게 낮춘 제품이 있었지만 외국 바이어로부터 이유 없이 외면 받아왔다. 컨설팅회사인 B사는 원인을 쉽게 짚어냈다. 답은 엉뚱하게도 제품 효율이 지나치게 높았기 때문이다.
기술을 중시하는 A사는 더 좋은 기술을 독려했지만 해외 바이어는 자국 기준에 맞는 제품을 선호했다. 타깃시장을 바꾼 회사는 컨설팅 후 6개월 만에 수출 목표액의 90%를 달성하고 연말까지 초과 달성이 확실시되고 있다.
A사 사례처럼 대부분의 환경기업은 기술과 제품력은 있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판매하지 못했다. 하지만 컨설팅 사업자가 나서 전시회도 나가고 해외마케팅까지 해 주니 이제 편안하게 기술과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컨설팅 사업자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컨설팅 대상이 없어 난감해 했지만, 지금은 환경기업의 기술과 제품을 해외기업에 홍보하면서 새로운 영역을 알아가고 또 다른 시장을 개척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제 환경시장도 전문가가 모여 분업과 협업을 통해 외연을 넓혀나가는 시대가 됐다. 많은 환경 기업인과 컨설팅 사업자의 관심을 기대해 본다.
윤웅로 한국환경산업협회 상근부회장 ywro33@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