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밖에선 환호, 안에선 냉대받는 헬스케어

한 나라의 기술 표준을 국제 표준으로 만드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각국 이해관계라는 장벽이 너무 높고, 시일이 많이 걸린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이미 표준화를 주도해온 나라가 아니라면 더욱 어렵다. 그래서 한국 기술 표준이 국제 공인을 받으면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이다.

한국형 보건의료 정보기술 표준이 대거 국제 표준으로 채택됐거나 곧 될 전망이다. 의료정보 국제표준화 기구인 ‘ISO/TC215’ 총회에서 우리나라가 낸 표준 7개 가운데 3개가 국제 표준으로 확정됐으며 나머지도 1차 심사를 통과했다. 확정 국제 표준은 모바일 헬스, 스마트 정보·의료기기 발전, 의료정보 모델 평가다. 환자 중심 진료정보 교류, 뜸질 표현구조, 유전자 정보, 보건의료 정보보호 교육 등 4개 표준은 가치를 인정받아 이변이 없는 한 머잖아 국제표준이 된다.

쾌거다. 그것도 무더기 인정이다. 우리가 디지털 보견의료(헬스케어) 기술을 선도할 만한 위치에 있다는 평가와 다름 아니다. 보건의료정보 국제표준을 뒤따라가기만 했던 한국이 앞으로 치고나가는 형국이다. 한방처럼 한국이 유리한 분야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의료정보 교류부터 평가, 교육까지 망라했다. 앞선 무선 인프라 덕분인지 모바일 헬스케어 표준도 주도한다. 국제 표준 채택이 곧 시장 선점 기회인만큼 세계 헬스케어 시장 선점 가능성이 커졌다. 표준과 별개로 최근 한국 헬스케어 기술과 기업을 향한 선진국 ‘러브콜’도 이어진다. 업체들이 몇 년간 한 우물을 판 덕분이다.

밖에서 이렇게 환대를 받는데 눈을 안으로 돌리면 깜깜하다. 관련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고도 규제에 묶여 제대로 팔지 못한다. 정부가 적극 추진하는 원격진료도 의료계 반발에 계속 부딪힌다. 국회 국정감사장의 정치 쟁점까지 됐다. 내과를 비롯한 일부 개업의원들의 불안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의료 신시장 선점을 위해 헬스케어 기술과 서비스를 적극 장려하고 수용하는 선진국 정부와 의료계와 비교해 쇄국주의 일변도다. 그래서 국제표준 채택이 분명 반가운 일임에도 웃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