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 한국 출시일이 오는 31일로 정해졌지만 기존 스마트폰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 2년 전만해도 ‘아이폰’ 신작 출시가 임박하면 보조금과 판매장려금을 실어 재고물량 처리에 급급하던 모습과 크게 달라진 것이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으로 보조금 투입금액이 줄어든 측면도 있지만, 아이폰 신작효과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이폰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이른바 ‘애플 마니아’도 위축돼 국내 제조사와 통신사가 크게 개의치 않는 양상이다.
15일 통신 3사가 온라인 사이트에 공시한 단말기 지원금 공시내역을 살펴보면 일부 기종에서 지원금이 소폭 상승했지만 전반적으로 지난 8일과 차이가 없었다. 과거 아이폰이 출시되면 재고 처리를 위해 제조사 지원금이 대폭 늘어났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특히 아이폰6와 경쟁을 펼칠 삼성전자 갤럭시노트4 지원금은 3사 모두 그대로다. SK텔레콤은 최고가 요금제인 LTE 100 요금제에서 지난주와 변동 없이 11만1000원을 지원한다. LG유플러스 역시 LTE8 무한대 89.9 요금제에 그대로 11만원을 지급한다. KT는 완전무한 97요금제에서 12만2000원을 지원하는b데 최고가 요금제인 완전무한 129 요금제에서도 지원금은 16만2000원에 불과하다. 아직 삼성전자의 지원금이 실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7%에 불과하지만 애플과 아이폰이 갖는 상징성은 매우 크다.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충성도가 공고하다.
애틀러스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아이폰 교품률(제품 구매 이후 고장 등 다양한 이유로 교체하는 비율)은 2% 안팎으로 5% 이상인 다른 제품과 비교해 매우 낮다. 이번엔 애플이 기존 4인치 전략을 버리고 대화면(4.7인치와 5.5인치) 신제품을 내놨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의 기대감도 크다.
이에 따라 업계는 아이폰이 출시되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제조사의 주력 제품에 판매장려금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지만 현재까지 제조사 반응은 잠잠하다. 대화면으로 변신했지만 국내 시장에서 아이폰의 경쟁력이 과거보다 낮아진 것도 국내 제조사 반응이 없는 이유로 분석된다. 기존에 아이폰 사용자가 갖던 ‘차별감’이 지금은 ‘고립감’으로 변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 노트4’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물량 공급에 더욱 치중하는 상황이다.
휴대폰 유통업체 피에스앤마케팅 관계자는 “갤럭시 노트4는 찾는 사람이 많아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제품 출시 이전이기 때문에 11월부터 시장 상황을 봐가며 조금씩 장려금이 풀릴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하지만 단통법으로 얼어붙은 지원금이 단시간에 급격이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분리공시 무산’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갑작스런 장려금 조정은 제조사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아이폰이 갖는 상징성과 LG유플러스가 아이폰 판매에 가세하기 때문에 24일 이후 홍보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결국 제조사들도 장려금을 지급하겠지만 단통법 상황 하에서 과거와 같이 대규모 장려금을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중혁 애틀러스리서치 부사장은 “안드로이드가 대부분인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용 서비스를 개발하는 업체도 줄어들어 점차 생태계가 축소되고 있다”며 “게다가 단통법으로 인해 지원금이 투명해져 국내 제품보다 높은 가격을 주고 제품을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폰은 국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