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기자동차 부활과 스마트그리드

[기고]전기자동차 부활과 스마트그리드

에디슨 4대 발명품 중 ‘축음기’ ‘영사기’ ‘축전지’ ‘백열전등’은 전기로 작동된다. 이들 발명품은 120여년 전 만들어졌지만 오랜 산업화 과정을 거쳐 생활 방식과 의식 구조를 바꿔놓았다. 최근엔 정보통신기술(ICT)과 융·복합돼 그 가치가 더욱 부각됐다. 축음기와 영사기는 MP3플레이어와 디지털영상 형태로 사용되다 다시 스마트폰으로 융합돼 언제 어디서나 음악과 영화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나머지 두 발명품 역시 선진국을 중심으로 치열한 기술과 시장 경쟁 중이다.

축전지를 이용한 전기차는 1890년께 미국에서 개발돼 1920년대까지 약 3만5000대가 팔릴 정도로 유행했으나 텍사스 원유 발견과 포드의 T카 등장 탓에 시장에서 점차 사라졌다. 에디슨이 1913년에 만든 전기차는 한번 충전으로 100㎞를 갈 수 있었다. 지금 기술과 비교해도 엄청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백열전등 역시 100여년 가까이 우리 인류의 밤을 밝혀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화력발전소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며 기구온난화 주범이 되고 있다.

지구온난화 문제가 대두된 1990년대 중반부터 미국과 일본 자동차업체는 전기차를 다시 출시하기 시작했다. 최근 테슬라가 한번 충전으로 500㎞ 가까이 가는 모델을 내놓아 관심이 더욱 커졌다. 우리나라도 2010년부터 전기차 생산대열에 합류해 올해 나온 쏘울EV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평균 148㎞를 운행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전기자동차 부활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축전지 성능개량으로 주행거리가 길어졌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쓰고 남은 전기는 전력회사로 되팔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는 점이다.

이는 자동차 산업뿐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큰 변화를 촉발시킬 것이다. 가령 현재의 엔진 자동차는 한번 주유로 500㎞ 정도를 갈 수 있지만 전기차는 과거 반도체 집적도처럼 크기는 같으면서도 충전 용량이 2·4배로 늘어나 한번 충전만으로 500㎞, 1000㎞ 더 나아가 2000㎞도 주행이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부산에서 신의주를 거쳐 만주까지 갈 수 있을 것이다.

또 전기차 소유자는 요금이 싼 야간에 전기를 충전해 비싼 피크 시간에 전력회사로 되팔아 수익을 내고 전력회사는 발전소나 송배전 설비 건설을 지연시킬 수 있으니 국가적으로도 큰 이익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태풍과 같은 기상재해로 정전이 될 때에는 비상전원으로, 여름철 전력피크가 높아질 때는 수요 조절용으로도 쓸 수 있다. 물론 휴가지나 캠핑 장소에서 조명, 냉장고, 취사나 냉난방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바람이 잘 불고 햇볕이 좋은 곳에 신재생 발전기를 설치해 값싸게 전력을 생산하면 대규모 축전지 배나 컨테이너에 전기를 충전해 수출하는 전기 수출국의 꿈도 머지않아 보인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스마트그리드’다.

지난 2009년부터 제주도에서 실증해 온 기술은 고장 없는 전력망, 낭비 없는 전기 사용, 신재생원과 전기차, 스마트폰 등 이종 간 융·복합을 가능케 했고 이를 주택이나 건물, 공장에 적용하면 자동으로 피크 감축과 사용량도 줄일 수 있다. 초기 시장 개척과 산업육성에 필요한 제도를 보완하고 공공기관이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면 중소기업과 소비자가 지붕 위에 태양광을 설치하고, 도로 위에는 전기차가 달리며 퇴비가 바이오 에너지로 만들어지는 에너지 새마을운동과 같은 신산업혁명이 본격화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에디슨 네 가지 발명품 중 두 가지는 스티브 잡스가 가치를 더욱 키워 산업화했지만 축전지와 전등을 이용한 에너지 수급문제 해결은 우리 기술자와 기업이 주도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세계 친환경 에너지 신산업 육성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인 만큼 선택과 집중을 서둘러야 할 때다.

황우현 한국전력 SG&ESS 처장 hblue@kepc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