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가 미국 최대 한류 드라마 전문 인터넷 업체인 ‘드라마피버’를 인수했다. 콘텐츠 생태계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는 소프트뱅크가 한류 콘텐츠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소프트뱅크가 드라마피버를 인수했다고 14일(현지시각) 일제히 보도했다. AMC네트웍스·버텔스만·MK캐피털과 합쳐 총 1200만달러(약 127억6200만원)가 투자됐고 소프트뱅크의 정확한 투자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드라마피버는 지난 2009년 사이트를 개설한 뒤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한류 드라마 수익을 올렸다. 한국 드라마 동영상 스트리밍을 합법적으로 미국 전역에 서비스하고 있다. 지난해 ‘상속자들’로만 6개월 만에 100만달러(약 10억635만원) 수익을 거둬들였다. 아시아권 위주로 전 세계 70개 방송사, 훌루·넷플릭스·아마존·아이튠즈와 제휴해 700여 작품, 1만5000개 에피소드를 보유하고 있다. 월 시청자는 2000만명가량이다. 박석 드라마피버 대표는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자막 제작 인력만 영문학 전공자 위주로 80여명을 투입해 콘텐츠 질을 높인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니케쉬 아로라 소프트뱅크 인터넷 및 미디어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인기있는 비디오 콘텐츠를 전 세계에 유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소프트뱅크가 콘텐츠를 다양화하는 한편 한류 콘텐츠를 세계에 전파하는 가교역할 하기 위해 이 업체에 투자한 것으로 해석했다. 사토루 키쿠치 SMBC니코증권 연구원은 “드라마피버의 독특한 콘텐츠가 소프트뱅크의 차별화 전략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손정의 회장이 그리는 소프트뱅크의 미래는 무엇일까. 최근 일련의 행보를 보면 미디어 재벌을 지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성장동력 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국내외 통신업계와 달리 플랫폼·콘텐츠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일단 성공하는 모습이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06년 보다폰을 인수해 이동통신업계에 뛰어든 이후 미국 스프린트를 사들이면서 굴지의 이동통신업체로 성장했다.
이보다 이른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에는 전자상거래·스트리밍서비스 업체들에 집중 투자했다. 손 회장은 1996년 야후재팬을 인수하고 2000년 마윈 중국 알리바바 창업자를 만나 2000만달러(약 212억5800만)를 투자해 지분 32%를 확보했다. 알리바바그룹이 중국 최대 e커머스 업체로 성장하면서 소프트뱅크는 통신망, 인터넷 포털, 전자상거래 유통망을 모두 거느리게 됐다.
올해 미국 T모바일 인수를 추진하다 취소하고 콘텐츠 분야 투자로 선회했다. 드림웍스 인수 욕심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콘텐츠 수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모바일 게임 자회사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합병(M&A)하는 한편 ‘E트레이드’ ‘유스트림TV’ ‘모닝스타’와 제휴를 맺었다. 지난 2일에는 2억5000만달러(약 2658억7500만원)에 레전더리엔터테인먼트를 사들였다.
플랫폼과 콘텐츠가 내는 시너지는 상당하다. 도로를 개설해 통행료를 받으면서 자동차까지 판매하는 것과 유사하다. 도로와 자동차 제조업계 양쪽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도 기대할 수 있다. 미국 투자정보 온라인 매체 모틀리 풀은 소프트뱅크가 지난 2009년에서 2012년 연간 매출액이 16% 떨어졌지만 당기순이익은 285% 늘어난 반면에 2012년에서 2013년 사이 매출액은 2배, 수익률은 절반으로 떨어져 정반대로 움직였다는 점에 착안, 소프트뱅크가 콘텐츠 사업에 투자를 집중하는 이유를 파악했다. 순이익이 늘던 2009년 소프트뱅크는 아이폰을 도입해 성공을 거뒀지만 2012년 이후 스프린트 수익률이 반영되면서 순익이 감소했다. 이제 통신 플랫폼을 확보하는 것보다는 부가가치가 높은 콘텐츠에 투자하는 게 이익이라는 것이다.
드림웍스 인수로 얻는 건 매출액·수익성 증가뿐 아니라 겅호온라인 등이 제작하는 게임에 캐릭터를 활용하는 등 부가적인 수익도 기대했다. 로봇사업 진출에도 관심을 보인만큼 IT기기 시장 진출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