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외에 국감장을 떠들썩하게 만든 또 하나의 쟁점은 700㎒ 주파수 할당이다. 여야 의원은 한목소리로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를 질타하며 지상파 방송사 편들기에 나섰다. 108㎒ 폭 전체 용도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여론을 의식해 재난망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결국엔 20㎒의 재난망 할당도 초고화질(UHD) 방송 주파수를 위해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상파 UHD 주파수 확보를 명분으로 공공안전이 내팽개쳐지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UHD 방송을 기반으로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고 난시청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미래부의 주파수 정책을 뒤흔들면 안 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우선 12년간 표류한 재난망 사업이 또다시 장기간 지연될 공산이 커진다. 주파수가 할당되지 않으면 국민의 안전을 담보할 재난망 구축에 필요한 장비와 소프트웨어 개발이 늦어진다.
내년에 시범사업을 마무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민 생명보다 우선하는 것은 없다. 국회도, 방송도, 통신도 결국은 국민을 위해서 존재한다. 재난망은 대형 참사에서 국민 생명을 지켜줄 수 있는 핵심 인프라다. 이해집단 여론몰이에 또다시 안전을 내팽개치는 우(禹)를 범해서는 안 된다.
다음으로는 방송사가 54㎒를 요구하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주파수 전문가들은 전국에 UHD 방송을 하기 위해선 최소 90㎒ 이상 대역폭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즉 54㎒로는 UHD 방송이 어려우며 2~3년 후 8K UHD 방송까지 감안하면 700㎒ 대역 전체를 사용해도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방송사가 단지 주파수를 확보하고 보자는 생각으로 억지를 부린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주무부처가 결정한 사안을 국회 차원에서 흔들면 언제든 이런 사례가 또다시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중요 정책 결정 때마다 국회가 제동을 걸면 ‘창조경제’ 구현은 어려워진다. 정부 주파수 정책에 핏대를 세우며 반대하는 여야 의원들은 진정으로 국가를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본질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기 바란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