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가 출항부터 사이버 검열이라는 풍랑에서 휘청거린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으며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키워 막 새 출발을 하려는 순간 암초에 걸렸다. 그러나 사이버검열 문제는 그들만의 일이 아니다. 사이버 사회로 진화하며 예견했던 우려가 불거진 것에 불과하다. 메신저 서비스를 포함해 사이버 사회의 근원적인 문제를 검토하고 해결책을 모색할 시점이다.
사이버 검열 논란의 시작은 신뢰 결핍에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기업과 정부를 믿는다면 범법자 이외의 사용자가 전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반드시 필요할 때 감청을 하고, 영장이 공정하게 발부된다는 전제 아래에서 일반 사용자는 걱정할 이유가 없다. 사회주의 국가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국가도 합법적인 절차를 따른 감청을 허용한다. 무분별한 영장 남발과 자료요구가 문제지 통신사실 확인자료 요구나 감청 행위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더욱이 불법 감청으로 확보한 자료라면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도 받지 못한다.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는 불신으로 심하게 멍들었다. 사이버 검열 논란은 그 불에 기름을 부어 넣은 격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가뜩이나 정부가 불신을 받는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사법기관들이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신고가 없어도 수사하겠다며 야단법석을 떨었다. 어느덧 민주화한 지 오래된 우리나라에는 어울리지 않는 ‘구태’다. 이것이 바로 ‘카카오톡’ 사태의 본질이다.
신뢰가 전제되지 않는 사회에서 해결책은 제 정보를 자신만이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통신 구간을 암호화하고, 서버의 모든 내용을 암호화해 키를 갖고 있지 않은 누구도 내용을 열람할 수 없도록 하면 된다. 마치 은행 비밀금고 키를 가진 주인이 아니고선 열지 못하도록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키가 유출되거나 암호문이 해킹되는 순간까지 비밀이 보장될 수 있다. 물론 암호화 비용을 서비스 주체인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 암호화 강화로 서비스 품질이 다소 떨어질 수도 있다. 그래도 안전한 사이버 소통을 위한 고육지책이다.
이번에 불거진 쟁점 중 하나는 위탁된 정보의 주인은 누구이며, 그 권리는 어디까지인지 하는 것이다. 많은 경우 관리자가 주인 노릇을 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생긴다. 지금이라도 모든 권리를 주인에게 돌려주고 관리자는 관리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강도 높은 암호화로 소비자를 보호하고, 다양한 암호화 서비스로 사용자 선택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메신저 서비스뿐 아니라 고객의 정보를 다루는 기업들이 생존하기 위해 선택해야 할 기본 요건이다.
많은 카카오톡 사용자가 ‘텔레그램’이 안전하다고 보고 배를 옮겨 타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토종 메신저로 승승장구하던 카카오톡은 최근 몇 년 새 매우 드물게 ICT 산업 성공 신화를 창조했다. 우리나라 사용자가 분명 지켜줄 만한 서비스와 기업임에 틀림없다.
다음카카오는 이 사건을 전화위복으로 삼아 단점을 보완하고 진화한 서비스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쏟아진 질책과 비판 속에 밴 안타까움이나 애정을 읽었다면 더욱 겸허해져야 한다. 나아가 ‘돈 버는 기업’보다 ‘사용자 사랑을 받는 기업’이 더욱 지속가 능한 성공을 담보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기를 기대한다.
정태명(성균관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ece.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