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인터넷 기업의 블랙홀, `차이나`

중국은 지금 사냥철이다. 사냥터는 세계시장, 사냥감은 기업이다.

올해 중국의 기업 인수합병(M&A) 규모는 9월 말 현재, 총 2753억달러. 중국 정부 수립 이래 사상 최대다. 연내 3000억달러는 쉽게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한 해 우리나라 국가 총예산과 맞먹는 300조원 넘는 돈을 전 세계 유수 기업들을 사들이는데 쓰고 있다는 얘기다.

[이슈분석] 인터넷 기업의 블랙홀, `차이나`

중국은 이런 M&A를 통해 선진 조직체계를 덤으로 얻는다. 특히 첨단 기술의 습득을 촉진할 수 있는 인터넷 등 ICT 기업에 군침을 흘린다.

이들은 작년 기준 317건의 ICT 분야 M&A를 성공시켰다. 전년 대비 100.6% 늘어난 건수다. 거래액 기준으로는 143억5000만달러로 전년보다 164.5% 급증했다.

중국 내 인터넷 산업 전반의 발전과 함께 급성장한 이른바 ‘TAB(텐센트·알리바바·바이두)’라 불리는 중국 3대 인터넷 대기업들은 자국내 소규모 기업 인수는 물론이고 한국 등 해외 기업을 상대로 한 지분투자를 통해 전략적 자산을 확보해가고 있다.

텐센트와 알리바바, 바이두는 사업 초기 각각 온라인게임과 SNS, 전자상거래, 검색엔진 영역에서 개별적으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각 기업이 가진 강점 분야의 경계를 넘나드는 적극적인 M&A 전략을 펼치며 치열한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텐센트는 알리바바의 주요 사업 분야인 전자상거래와 인터넷금융에 진출했다. 바이두에 대응해서는 온라인 검색 업체를 인수했다. 이에 맞서 알리바바와 바이두 역시 공격적인 M&A를 통해 텐센트의 강점인 모바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 가운데 알리바바의 약진이 단연 눈부시다. 최근 뉴욕 증시 상장으로 초대박을 친 알리바바는 두둑해진 실탄을 바탕으로 더욱 공격적인 M&A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알리바바는 주요 강점 분야인 전자상거래 플랫폼 강화를 위해 하이-차이나를 전격 인수했다. 해외 고객 확보를 위해서는 미국 야후와 옥티바, 벤디노, 샵러너, 싱포스트 등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올해 들어서는 중국 시장에서 급성장세에 있는 모바일 쇼핑 고객 확보와 텐센트의 다각화에 대응,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모바일 분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활발한 M&A를 추진 중이다.

실제로 알리바바는 중국 최대 동영상포털인 유쿠 투도를 인수했다. 웨이보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도 사들여 탄탄한 모바일 플랫폼을 마련한 뒤, 미디어 콘텐츠(차이나비전 미디어 그룹)와 교육(튜터그룹), 음악(샤미), 여행(117고) 등 다양한 콘텐츠 부문 기업의 인수를 추진 중이다.

또 개인용 클라우드 업체 칸박스를 통해서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강화, 모바일 플랫폼 전반에 걸쳐 경쟁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최근 들어 이들 중국 인터넷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향후 중국 내 성장 잠재력이 큰 모바일 분야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플랫폼과 콘텐츠 부문에 대한 M&A에 집중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가 전략적 M&A를 통해 전략적 보완성을 높이고 있지만, 중국 등 글로벌 기업의 M&A 추이에 비하면 한국 인터넷기업들의 M&A는 미미한 실정이다.

진홍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박사는 “기본적으로 M&A는 벤처 생태계에서 투자자금의 중요한 회수 수단으로 쓰인다”며 “M&A를 통한 회수가 미미한 국내 시장에 ‘창업-성장-회수-재창업’ 단계의 선순환 벤처생태계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M&A 시장을 보다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리바바의 주요 M&A 현황

텐센트의 주요 M&A 현황

[이슈분석] 인터넷 기업의 블랙홀, `차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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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