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CT 외교에 더 능동적 행보 보일 때

민원기 ‘2014 ITU 전권회의’ 의장 후보가 한국인으로 처음 ITU 전권회의 의장이 됐다. 20일 오후 ITU 전권회의 1차 본회의에서 의장으로 공식 추대돼 오는 11월 7일까지 3주간 전권회의 의장 역할을 시작했다. 의장은 전권회의 의제를 결정하고 국가 간 이견을 조율해 결의문 채택으로 이끄는 중요한 자리다. 세계 ICT 정책 기관과 산업계에서는 반기문 UN 사무총장에 비견되는 영예로 여겨진다.

마침 ITU 전권회의 개막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기념연설에서 초연결 디지털 혁명이 국가 간·지역 간 정보통신 격차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ICT가 모든 인류의 인권 향상과 복지 증진을 위한 기술이 될 수 있도록 국제 사회 모두가 정보통신 격차 해소를 위해 적극 나설 것을 제안했다. 반기문 총장도 ICT는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핵심 요소라며 ICT를 활용하는 데 국제 사회의 협력을 당부했다. 하마둔 투레 ITU 사무총장은 지난 150년간 이어진 ITU 정신을 원동력 삼아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모두 ICT를 통해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 나아가 행복한 지구촌을 만들자는 주문이다. 바로 민원기 의장이 감당해야 하고 초석을 다졌으면 하는 비전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ICT 강국이라는 자평에도 불구하고 세계 시장과 외교적 현안에서는 주도적인 역할을 해 내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한국 스스로를 위한 목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 세계 ICT 환경은 인터넷 혁명에 이어 최근 수년간 전개된 스마트 혁명 속에서 요동쳤다. 조만간 또 어떤 혁명이 태동할지 모르는 지금이다. 인터넷 공공정책 및 사이버보안, 여성·아동 등 소외 계층의 정보 격차 해소, 주파수 분배 등은 이미 국제 사회에 떨어진 현안이다.

이제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ICT 강국으로서 국제 사회를 선도해 가길 바란다. 세계가 ITU 전권회의 의장국인 한국에 기대하는 바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