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다국적 기업, 세금 감면 위한 M&A 등 전략 수정 중

미국 다국적 기업들이 세금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 해외거점 구축과 인수합병(M&A)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아일랜드 등 각국의 조세 우대 조치를 이용한 사업이 세금 포탈이란 비난을 피하지 못한 탓이다.

닛케이신문은 미국에 본사를 둔 의약 및 하이테크 기업들이 M&A를 철회하는 등 조세 규제 강화 여파를 겪고 있다고 21일 보도했다.

미국 대형 제약업체 애브비는 지난 15일 아일랜드의 제약회사 샤이어와의 인수 합의를 철회했다. 회사는 샤이어 인수 후 본사를 영국령 저지에 두고 낮은 법인세와 특허 수입에 대한 혜택을 받는 영국 기업으로 국적을 바꿀 예정이었지만 미국 오바마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에 인수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최근 자국 대표 제약사 화이자마저 세금을 낮추기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본사 이전을 막는 법안 마련 속도를 높이고 있다. 앞서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 의원들에게 “새로운 경제 애국주의란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들이 더 이상 세금회피를 위해 해외로 이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라며 미국 다국적 기업 본사 이전을 막는 법안 처리를 촉구한 바 있다.

유럽연합(EU)의 집행기관인 유럽위원회도 미국 애플을 상대로 아일랜드에서 받은 특별 세금 혜택 등이 EU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해 정식 조사를 시작했다. 아일랜드는 지난 14일 2015년도 예산안에서 ‘더블 아이리쉬’로 불리는 조세 회피 허점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유럽위원회는 미국 아마존과 스타벅스로 조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세금 감면을 받기 위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다국적 기업들이 받는 영향은 클 전망이다. 애플의 경우 지난 2012년도 해외사업 법인세율은 2%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외에서 보유한 현금 역시 지난해 9월말 기준 1113억달러로 그룹 전체의 70% 수준이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