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서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대개 비용의 40%가 하드웨어, 20%는 소프트웨어, 40%는 서비스 비용이다. CIO는 어떻게든 싸게 사고 싶어 한다. 자칫 잘못하면 비싸게 사고 바보 소리 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담당 영업사원에게 협박도 하고 애걸도 하지만 자신이 정말 싸게 샀는지 비싸게 샀는지는 잘 모른다. 회사별로 컴퓨터의 구성과 사이즈가 다르고, 필요한 소프트웨어가 다르고, 사용자 수가 다르고, 네트워크 구성이 다 다르기 때문에 정확하게 비교하기 어렵다.
20여년 전 영업 부장을 할 때 일이다. 어떤 고객에게는 70%를 할인해 주고 어떤 고객에게는 30%만 할인해줬다. 70%나 할인 받은 고객은 더 할인을 안 해준다고 불만이었고, 30%만 할인해 준 고객은 고맙다고 술까지 샀다. 술 먹으면서 속으로는 무지 미안했지만 고객 스스로가 제일 싸게 샀다고 스스로 확신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느꼈다. 너는 내가 술 사줬다는 소문도 내고 그래서 우리 회사가 제일 싸게 샀다고 업계에도 소문이 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는 것을 고객 스스로도 감추지 않았다. 그래서 솔직히 영업사원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 영업 사원들은 자기들 공급 가격을 절대 공개하지 말라고 한다. 사실 계약서에도 그런 조항이 들어 있다. 한술 더 떠서, 당신 회사에 제일 싸게 줬기 때문에 소문나면 영업사원으로서 이 바닥에서 끝장이라고 애원하기도 한다. 이걸 믿어 말아?
하지만 결재 들어가서도 똑같은 말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객관적인 비교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차세대 끝나고 담당자들 만나 보면 자기들이 가장 싸게, 가장 빠르게, 가장 완벽하게 프로젝트를 끝냈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주변에서 쑥덕쑥덕하는 소리를 다 듣고 왔는데도 경쟁사들 보다는 자기네 프로젝트가 상대적으로 잘 끝냈다고 자랑한다. 하긴 어쩌겠는가? 1000억~2000억원 쓰고 2년 넘게 프로젝트를 하고 나서 잘못했다고 애기할 배짱 있는 은행원이 어디 있겠는가. 은행의 프로젝트에 관여한 모든 업체들이 한통속이 돼 문제는 있었지만 그래도 다른 은행에 비해서는 잘 끝났다고 마무리하는 수밖에….
그러면 프로젝트 구매 비용을 줄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가 하드웨어를 싸게 사는 방법인데 그것은 유효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컴퓨터를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면 필히 기존 공급업체를 바꾼다는 원칙을 정해 유효경쟁 구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영업사원에게 가장 아픈 것이 기존 고객을 경쟁사에 빼앗기는 것이다. 이건 내부적으로 완전 바보 소리를 듣고 계속 회사 생활을 해야 하나 마나를 결정해야 할 중요한 실책이기 때문에 영업 사원들이 기존 고객을 방어하기 위해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다. 이 아픈 곳을 잘 이용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무조건 공급 업체를 바꾼다고 소문을 내고 기존 영업사원을 홀대하면 된다. 경쟁사 영업사원과 밥도 먹고 술도 먹고 친하게 지내기 시작하면 기존 영업사원은 초조하게 된다. 그래서 내부에 가서 윗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한다. 만약에 대비해 같이 죽자는 전략이다. 윗사람 당신도 같이 영업 활동을 했으니 경쟁사에 깨져도 나만 나무라면 안 된다는 공생공사의 전략이 숨어 있는 것이다. 윗사람인들 무슨 특별한 재주가 있는 것이 아니다. 가서 고객을 만나 보면 싸게 사는 것이 자기들의 유일한 업체 선정 이유라고 하니 어쩌겠는가. 부랴부랴 아시아 본부에 전화하고 미국 본사의 승인을 받아 영업사원으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할인율을 들고 가는 수밖에.
둘째가 소프트웨어인데 유감스럽게도 싸게 살 방법이 많지 않다. 은행권에서 쓸 수밖에 없는 소프트웨어들은 거의 독점이다. 경쟁이 없는 독점이니 깎아줄 리 만무하다. 갑자기 가격을 올리지만 않아도 고마울 따름이다. 이 부분은 빨리 포기하고 어떻게 그 업체를 잘 활용해 도움을 받을지를 고민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 하드웨어는 일반 상품화 되어 대체가 되는 반면에 소프트웨어는 시간이 갈수록 몇 개 업체에 더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사용자 수를 줄여서 비용을 좀 줄였지만 지금은 지식재산권을 들이 밀면서 검찰에 고발까지 하고 있다. 가슴 아프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셋째 서비스 비용을 줄이는 방법은 다양하다. 사실 이 부분에서 공급 업체와 고객과의 밀고 당기기가 제일 힘겹게 일어난다. 우선 서비스 비용을 줄이는 방법은 개발하려는 업무의 범위와 난이도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알고 있어야 한다. 업무를 포괄적으로 정한 채 프로젝트를 진행 하면 범위가 늘었다 줄었다하는 일이 많다. 어느 정도는 있을 수 있지만 너무 심한 때도 많다. SI 업체들도 학습 효과가 있어서 항상 여유 인력과 기간을 계약에 포함시킨다. 프로젝트 끝나고도 이것저것 시비 붙어서 돈 못 받은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이 서비스 비용은 다음에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겠다.
CIO포럼 회장 ktlee7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