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동남아시아 저가항공사들이 비행기 리스사업에 뛰어든다. 미국·중국 등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기존 대형항공사가 주요 고객사다. 저가항공의 리스 사업으로 항공기 제조업계는 일단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로이터는 저가항공사들이 신형 비행기를 대량 주문해 비행기 리스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 말레이시아 에어아시아, 유럽 노르웨지안 에어셔틀은 최근 몇 년 사이 에어버스와 보잉에 비행기 1400대를 주문했다. 총 매매금액은 1400억달러(약 147조5460억원)에 달한다. 현재 주문을 받고 제조 중인 비행기만 900대 이상이고 960억달러(101조976억원)어치다.
비행기 리스 사업은 항공사에 비행기를 장기 임대해 수익을 내는 형태로 운영된다. 리스는 그동안 비행기 제조사나 금융 업체들이 독과점해왔다. 저가항공사는 이 구도를 깨고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비욘 효스 노르웨지안 에어셔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0년간 돈을 번 건 항공사가 아니라 리스 업체들이었다”며 “임대업자들이 에어버스와 보잉 항공기의 30~40%를 구매했다”고 말했다.
저가항공 업계는 전세계 항공기임대 시장이 평균 20%씩 순익을 내면서 호황을 누려왔다고 봤다. 순이익 20%는 항공업계 평균보다 높은 수치다.
이에 대해 업계는 다양한 시각을 나타냈다. 기존 리스 업체들은 노하우가 없는 저가항공사가 사업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을 내비쳤다. 제조 업계는 비행기 가격을 떨어뜨리고 산업이 교란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에어버스와 보잉의 치열한 점유율 경쟁 때문에 수요보다 공급이 초과하는 양상이 나타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게리 리보위츠 웰스파고 연구원은 “업체들이 리스 비행기를 공격적으로 늘리면 리스료 때문에 수익률 압박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저가항공사들은 발빠르게 신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라이온에어는 내년부터 중국·브라질·일본·미국에서 주요 항공사를 제외한 고객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에어아시아는 지난달부터 임대업을 위한 투자 벤처를 설립했다. 노르웨지안 에어셔틀은 최저가 리스를 제공하고 임대 대수에 따라 할인율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