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T-TEL 합친 `에테리스` 연내 합병 불투명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와 도쿄일렉트론(TEL)의 새로운 합병 법인 ‘에테리스(Eteris)’ 출범이 연내 불투명할 전망이다. 세계 1위와 3위 장비기업 결합을 놓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 역시 심사가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AMAT와 TEL은 한국, 미국, 유럽, 일본, 싱가포르 등 7개국에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하고 승인을 요청했지만 1년을 앞둔 현재까지 결과가 나온 곳은 싱가포르 한 곳뿐이다. 조건부를 전제로 승인한 것이고 싱가포르에서 TEL 입지가 크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다른 국가에서 기업결합 심사 과정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해당 건을 놓고 고심 중이다. AMAT코리아는 양사 합병 시 시장 점유율이 30% 수준에 그친다고 주장하지만 국내 장비업계에서는 실질 점유율이 50%를 넘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AMAT는 반도체 공정 중 ASML이 강점을 가진 노광 부문을 제외한 전 품목을 보유한 세계 장비 1위 기업이다. 증착, 실리콘 식각, 플라즈마화학증착장비(PECVD), 물리기상증착장비(PVD), 이온주입기, 에피택시 장비 등이 강점이다. TEL은 포토레지스트, 절연물 식각 분야 장비 경쟁력이 높다.

국내 장비 업계는 AMAT과 TEL을 합친 에테리스가 출범하면 국내 장비 기업이 고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반도체 제조사의 경쟁력도 약해질 것으로 우려한다. 반도체 제조사와 장비 기업이 신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등 밀접하게 협력하는 것은 맞지만 자칫 장비 기업에 주도권을 뺏길 정도로 에테리스 영향력이 크다는 판단이다.

에테리스가 우월한 시장 지위를 앞세워 ‘끼워팔기’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 경쟁력이 높은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을 묶어 판매한다면 이를 대체할 장비기업이 없어 반도체 제조사가 거절하기 힘든 구조가 된다.

국내 장비 제조사는 이번 합병건을 아예 불허하거나 조건부 승인할 것을 공정위 측에 요구하고 있다. 국내 장비 기업이 입을 타격을 최소화하고 국내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AMAT도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다. 내달 11일을 에테리스 출범 날짜로 잡았지만 각 국가의 기업결합 심사가 끝나지 않아 사실상 새 법인 출범을 내년으로 미루는 분위기다.

공정위 측은 “현재 심사 중인 내용이어서 결과가 나오는 시기나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