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은 시청자 위주로 가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너무 기술 위주로 가는 것 같다.”
700㎒ 주파수 대역 재분배 논란에 대해 통신·방송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지상파 방송보다는 이동통신용으로 활용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공공 재화인 주파수를 정략적 판단에 따라 분배하기 보다는 국제조화와 경제성을 냉정하게 계산해 할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이 이동통신 측 손을 들어준 가장 큰 이유는 ‘국제조화’다.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한 국가 중 700㎒ 주파수 대역을 방송에 배분한 곳이 한 군데도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디지털 방송 전환 과정에서 이미 배분하고 남은 주파수가 700㎒ 대역인데, 또 다시 이를 방송에 분배해 달라는 건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김남 충북대 정보통신학부 교수는 “주파수라는 건 우리만 쓰는 게 아니다. 부산에서 ITU 전권회의를 여는 것도 주파수가 국제적 약속이기 때문”이라면서 “전세계적으로 700㎒ 주파수 대역을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상파의 초고화질(UHD) TV 정책에도 비판의 화살을 겨눴다. 지상파로 UHD TV 방송을 내보내는 나라도 없고, 실제 시청자 수도 소수에 불과한데 굳이 UHD TV에 700㎒ 주파수를 배분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일반 시청자들이 초고화질보다도 다채널 방송을 선호하는데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기술 위주로 흘러간다는 비판도 나왔다.
통신·방송 경력 30년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방송 수신용 안테나를 생산하는 입장에서 보면 일반 시청자들은 초고화질보다는 다채널 방송을 선호한다. 사회가 다양화돼서 그렇다”면서 “초고화질 방송을 직접 수신하는 가구가 전체의 극소수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위해 엄청난 고부가가치 주파수를 할당할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