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로 ‘소란스러운 유령’을 뜻하는 ‘폴터가이스트(Poltergeist)’는 특정 물체가 갑자기 스스로 이동하거나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집이 흔들리고 불이 나는 등 돌발적 상황이 일정기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행위의 주체를 명확히 지목할 수 없기 때문에 예로부터 악마, 유령, 마녀 등이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여겨졌다. 지난 1991년 개봉한 미국 영화 ‘폴터가이스트’를 비롯해 ‘엑소시스트’, ‘오멘’, ‘파라노말 액티비티’ 등 공포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지난 2005년 일본초심리학회에 보고된 내용에 따르면 폴터가이스트 현상은 물체의 소실·이동, 발화, 발수, 방음을 비롯해 전자제품 오작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수개월부터 1년 이상에 이르기까지 장기간 폴터가이스트 현상이 지속되는 사례도 보고됐다.
20세기 들어 학자들은 초자연적 현상으로 알려진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정전기, 전자기장, 초음파, 초저음파, 이온상태 등 물리학 관점에서 원인을 찾기 위한 시도가 이어졌다.
헝가리 심리학자 낸더 포더는 1930년대 ‘심리 기능장애 이론’을 발표하며 폴터가이스트 현상은 인간 내면의 분노·적개심에 의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심령연구가 롤은 100여국에서 발생한 폴터가이스트 현상 116건을 분석해 포더의 이론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생물학자 메인 코라는 인간을 포함한 생물체가 발산하는 ‘생체전기’를 폴터가이스트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신경세포와 근육세포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의 고유 주파수가 외부에서 동일한 주파수와 만나 진동을 일으키는 물리력으로 전환됐다고 믿었다.
이탈이라 물리학자 피에르 브로베토와 베라 막시아는 10대 청소년 두뇌의 왕성한 전기적 변화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진공상태에서 일어나는 양자요동 현상처럼 청소년들의 두뇌가 전기적 동요 형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초심리학회는 지난 2000년 괴음(怪音)이 지속적으로 발생한 지역에서 3일 간 컴퓨터 녹음 장비와 디지털 녹음 테이프(DAT)로 녹음해 음향 분석 작업을 진행했다. 주파수를 분석해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DAT에 기록된 음향 기록은 아무 것도 없었다. 컴퓨터 녹음 장비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고주파를 2회 포착했다.
일본초심리학회는 “2회 포착된 고주파 신호는 ‘어떠한 이유’에 따라 일시적으로 전기회로가 증폭된 결과”라고 해석하며 명확한 결과를 제시하지 못했다.
국내외 과학자들은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유령·귀신의 소행이라는 주장과 자기력에 따른 물리적 현상이라는 주장은 앞으로도 당분간 팽팽하게 맞설 전망이다. 언젠가 폴터가이스트 현상의 원인이 밝혀지면 염력, 초능력, 투시력 등 다양한 초자연현상의 실체도 함께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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