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M 제조사들, 내수 한계 돌파 위해 "해외로 해외로"

국내 금융자동화기기(ATM) 기업들이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지 특화된 제품 개발과 전략적 제휴로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ATM 시장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각오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노틸러스효성은 최근 미국에 영상통화 기능을 갖춘 ATM ‘MX7800i’를 출시했다. 이 기기는 21.5인치 크기의 스크린을 통해 은행 직원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 은행 창구에서 마주하던 업무를 스크린과 영상통화로 대신한다.

노틸러스효성이 미국에 출시한 `MX7800i`
노틸러스효성이 미국에 출시한 `MX7800i`

국내 ATM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기능이지만 미국은 이 같은 비디오 ATM 시장이 발달돼 있다. 영업악화로 비용절감 압박을 받는 은행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비디오 기능을 접목하면 적은 인력으로 효율적인 업무 처리가 가능하다. 비용 절감 효과가 바로 나타난다. 여기에 기존 ATM의 장점인 셀프서비스 기능에 전문 상담원과 대화로 고객 편의성도 높인다.

북미 지역은 노틸러스효성의 전략적 수출지다. 지난 1998년 진출 후 20만대 판매고를 거둬 북미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LG CNS는 중국 시장 개척에 공을 들인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국 내 환류식 ATM 누적 판매 5000대를 달성했다.

중국 내 대형 은행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판단한 LG CNS는 현지 전문업체와 다양한 파트너십을 체결해 판매 경로를 다각화했다. 특히 환류식 ATM 판매를 지속 확대하고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여 시장 요구에 적극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LG CNS는 해외 사업을 위해 700억원을 들여 평택에 제2공장을 짓기로 했다. 생산능력을 확대해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이 해외 사업에 공을 들이는 건 내수 시장이 한계에 이른 탓이다. 업계 따르면 국내 ATM 시장은 연간 1만3000대 안팎에 정체돼 있다. 대부분이 노후한 기기를 바꾸는 교체 수요로 이뤄져 성장 한계에 도달했다. 최근에는 국내 은행들이 수익성 악화를 겪으면서 비용 절감을 위해 지점을 축소하는 상황이다.

지속 성장을 추진해야 하는 ATM 기업 입장에서는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에서 새로운 솔루션으로 수요를 개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기반을 마련하지 못하면 ATM 사업은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며 “선진 시장 외에도 동남아 등 신흥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