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불공정 행위 감시를 강화한다는 공정거래위원회 의지가 전담인력 확보난으로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내년 공정위 정원 증가가 소규모에 그쳐 충분한 전담인력 배치가 쉽지 않지만 해당 업무는 계속 늘고있어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6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 인건비는 올해 345억원에서 내년 368억원으로 23억원(약 6.6%) 늘어날 예정이다. 여기에는 공무원 임금 인상분(3.8%)과 호봉 증가분 등이 포함되기 때문에 정원 확대분은 일부에 그칠 전망이다. 당초 계획보다 적은 수준으로 추진 중인 12명의 정원 확대에도 빠듯한 금액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인건비 증가에 정원 확대분이 일부 반영됐지만 기획재정부가 확정하기 전에는 정확한 규모를 알 수 없고, 여러 항목이 인건비에 포함돼 역으로 추산하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노대래 위원장이 직접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율 집행 등 대기업 불공정 행위 감시를 강조해 온 만큼 늘어난 12명 중 일부가 관련 업무에 추가 투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정원 확대가 소규모에 그쳐 기대한 만큼의 인력 투입은 어렵게 됐다. 당초 계획했던 전담부서 신설은 이미 물 건너간 것으로 평가된다.
대기업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공정위 기업집단과 인원은 최근 2명 늘어 총 12명이 됐다. 2명이 늘어도 해당 업무 처리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지만 이마저도 다시 빠질 수 있어 내년 정원에 반영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공정위 평가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집단과의 인원 증가는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부서간 이동에 따른 것”이라며 “인원은 다시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 정원 확대는 안전행정부와 협의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인력 충원은 지지부진하지만 대기업 관련 업무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1년간 적용이 유예됐던 기존 진행 중인 거래에 대한 감시가 내년부터 필요하다. 내년 7월부터 대기업 신규 순환출자가 금지되면서 관련 업무도 늘어나게 됐다. 경기 침체와 환율 부담 등으로 갈수록 심각해지는 대기업의 불공정 하도급 문제 해결도 공정위 몫이다.
또 다른 공정위 관계자는 “미국, 유럽 등의 경쟁당국과 비교해 우리 공정위의 업무는 상당히 많은 수준”이라며 “이에 비해 인력이 크게 부족한 것은 고질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