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업계에서 떠오르는 라이벌이 바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초고화질(UHD)이다. 지금은 평판디스플레이(LCD) 기반 UHD가 상업화에 한 발 앞선 상황이다. 그러나 OLED는 우수한 화질 특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휘거나 투명하게 만들 수 있어 LCD의 위치를 언제든 위협할 수 있다. OLED 시장이 제대로 점화되면 우리들의 삶이 또 한 번 크게 바뀔 수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IT 시장에서 LCD와 OLED는 어떤 승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을까.
LCD는 지난 10년간 IT 시장의 정점에 군림했다. 디스플레이 기술의 주요 흐름은 브라운관(CRT)에서 LCD로 자연스럽게 넘어왔다. 어떤 전자제품 매장을 찾아도 이제 CRT를 찾아보기 어렵다. 한 때 LCD와 경쟁하던 PDP 제품도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나는 분위기다.
LCD가 처음 공개됐을 때 디스플레이 시장의 중심은 CRT였다. CRT는 TV 시장을 중심으로 모니터까지 장악하고 있었다. 당시 LCD는 화면의 밝기·화질 등에서 완성도가 떨어졌고, 가격은 매우 비쌌다. 그러나 LCD는 기존 CRT로는 불가능한 경박단소화된 노트북PC를 만들 수 있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되는 외부 환경 덕분에 LCD 수요는 점차 늘어났다. 얇은 두께는 LCD의 단점을 상쇄할 만큼 강력했다.
지난 2008년 세계 TV시장은 소니가 내놓은 신제품에 모두 주목했다. ‘XEL-1’이라는 이 제품은 세계 처음 상용화된 OLED TV였다. OLED 소재는 지난 1994년 연구되기 시작해 소형 휴대용 기기에 일부 적용되기도 했다. 기술적으로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지만, 소니가 11인치 대형화에 성공한 것은 무시못할 성과였다.
업계 한 전문가는 “소니가 OLED TV 시장 가능성을 처음 열었지만, 더 이상 진화하지 못하고 삼성·LG 등 후발업체에 주도권을 내줬다”며 “이제는 중국 업체들이 강력한 후발업체로서 삼성·LG의 위치를 위협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LCD가 장악한 IT 시장에 OLED가 차세대 기술로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OLED 기술을 이용하면 더 얇은 화면, 휠 수도 있고, 투명하게도 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가능하다.
다양한 폼팩터도 구현할 수 있다. 휠 수 있고 투명하게도 만들 수 있다. 색재현율, 명암비, 시야각 등에서도 우수한 특성을 갖추고 있다. 백라이트유닛(BLU)이 없어 LCD보다 더 얇게 만들 수 있다.
LCD가 얇은 디스플레이로 노트북PC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었듯이 OLED는 LCD로 불가능한 많은 제품을 구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플렉시블 OLED는 들고 다니는 기기에서 더 나아가 몸에 부착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대를 열 핵심 기술이다.
노트북PC처럼 대중에게 필요한 제품이 나온다면 OLED 시장은 더욱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
OLED와 LCD의 가장 큰 차이는 BLU가 있느냐 없느냐다. BLU에서 나온 빛이 컬러필터를 통과하면서 화면이 구성되는 LCD와 달리 OLED는 유기발광 물질을 활용해 직접 빛을 낸다.
OLED는 LCD에 비해 해상도가 높고 전력 소모도 매우 낮다. BLU가 없어 두께가 훨씬 얇고,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도 구현할 수 있다. 색 재현율이 높고 반응속도도 LCD에 비해 1000배 이상 빨라 잔상도 남지 않는다. OLED가 ‘꿈의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이유다. 관건은 가격 경쟁력 확보다. 현재 OLED는 유기발광 소재가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고, 생산 수율도 낮아 가격 경쟁력이 취약한 편이다.
OLED 공세에 LCD는 기술 진화로 맞서고 있다. CRT에서 LCD로 시장이 넘어갈 때 CRT가 LCD의 장점을 흡수하며 상당 기간을 버틴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OLED만 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곡면 기술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OLED TV처럼 휘어진 곡면 LCD TV를 내놨다. 올해 열린 라스베이거스가전쇼(CES) 2014에서는 휘었다 폈다 할 수 있는 UHD TV를 선보였다. LCD는 퀀텀닷(양자점) 기술을 흡수하면서 OLED 못지않은 명암비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LCD는 가격과 화질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UHD LCD TV는 색을 표현하는 화소가 풀HD 대비 4배(약 800만개)가량 촘촘히 담겨 있다. 더욱 선명한 화질을 구현할 수 있는 셈이다. 가격 경쟁력에서도 압도적이다. OLED TV 대비 UHD LCD TV가 3배가량 저렴하다.
OLED에 대한 TV업체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LG전자와 중국 업체들이 OLED TV도 적극적으로 밀겠다는 모습이다. 반면 삼성전자와 일본 업체들은 당분간 UHD TV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파나소닉과 소니가 OLED TV 공동개발을 포기한 반면 중국 스카이워스는 곡면 OLED TV를 선보였다. 스카이워스에 OLED 패널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진 LG디스플레이는 최근 8세대 OLED 라인 증설을 통해 중국 TV업체들을 끌어들여 진영을 키울 심산이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LCD와 OLED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 어느 쪽이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예단하기 어렵다”며 “OLED가 공정 효율성을 높여 얼마나 빠른 속도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