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공격적 사업 확장으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세트산업을 키워온 중국이 적극적인 정부 지원과 큰 내수시장을 무기로 디스플레이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 등 우리 업계 주 수요처로 꼽혔던 중국이 최대 경쟁 대상으로 부상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폭스콘이 애플에 공급할 디스플레이 현지 공장 설립을 결정하는 등 디스플레이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0년 이후에만 중국에서 10여개의 대규모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이 세워졌다. BOE 8.5세대 라인(충칭),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공장(베이징)과 CSOT 8.5세대 라인(선전)도 내년 이후 신규 가동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디스플레이 업체 한 관계자는 “중국은 그동안 국내 업계의 최대 디스플레이 수요처였지만 이제는 최대 경쟁 대상으로 부상했다”며 “우리 디스플레이 업계가 적극적인 정부 지원과 큰 내수시장을 무기로 시장 확대에 나서는 중국의 도전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디스플레이 세계 시장 점유율 역시 가파른 상승세다. 최근 2, 3년간 전통적 디스플레이 강자로 꼽혀온 한국·대만·일본이 점유율이 정체·하락하는 사이 빠르게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 2012년 1분기에 8.2%였던 글로벌 대형 패널 시장점유율(출하량 기준)은 올해 3분기 13.9%로 높아졌다. 이 기간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54.7%에서 45.0%로 하락했다.
중소형 패널에서는 중국이 이미 세계 1위다. 중국은 지난 2012년 1분기 21.3%던 중소형 패널 점유율을 올해 3분기에 30.3%까지 높였다. 우리나라 시장점유율은 같은 기간 19.8%에서 13.0%로 낮아졌다.
중국 정부는 2015년까지 중국에서 생산되는 TV 제품에 사용되는 패널의 중국 내 생산 비중을 8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자금과 출자지원 규모를 키우고 자국 디스플레이 기업 육성정책을 폈다. 이와 함께 LCD패널 수입관세 인상 등의 보호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32인치 이상 TV용 디스플레이 패널에 대한 관세를 지난 2012년 4월 3%에서 5%로 인상했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서도 우리 정부의 무관세 요구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세트 산업을 넘어 핵심부품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집중 육성에 나서고 있는 것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업계가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프리미엄 대응전략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다. 이미 범용 디스플레이에서는 큰 기술력 차이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고위 관계자는 “우리 업계가 중국과 2~3년의 기술격차는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의 가파른 성장세는 분명한 위험요인”이라며 “차세대 디스플레이 선점과 경쟁력 있는 공정기술 개발 등 중국 도전에 한발 앞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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