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산업 돋보기] <33>자동차 업계 설비투자 촉진 요인

우리나라 정부가 심각한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고자 금리 인하와 재정 지출 확대 및 각종 규제 완화 정책 등으로 거시 경제 여건 개선에 적극 나서면서 기업의 설비투자가 늘어나기를 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 효과는 기업 설비투자가 거시 경제 여건보다 투자에 따른 기대 수익 전망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실상 의문이다.

자동차 업계의 설비투자는 본질적으로 특정 국가 또는 지역 내 자동차 수요와 생산성을 감안한 임금 비용 및 이에 기반을 둔 수출 경쟁력 확보 여부로 결정된다. 최근 중국과 멕시코에서 글로벌 완성차 및 부품 업체의 설비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가운데 현지 자동차 수요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게다가 여전히 저렴한 임금 비용과 이에 바탕을 둔 중장기 수출 경쟁력 유지 가능성도 글로벌 업체의 현지 설비투자를 계속 유인하고 있다. 멕시코는 인근 거대 시장인 미국 자동차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는 점뿐만 아니라 저렴한 임금 비용과 세계 44개국과의 FTA 체결에 기반을 둔 수출 경쟁력이 글로벌 업체의 현지 설비투자를 촉진하는 요인이다.

반면에 유럽과 일본, 한국 등 성숙 시장에서는 자동차 업계의 설비투자가 매우 부진하다. 공통점은 내수 시장 성장 가능성이 낮고 임금 비용이 높아 날이 갈수록 수출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호주는 내수 시장 성장 가능성이 낮고 임금 비용이 높은 데다 호주 달러화 강세 속에 FTA를 체결한 저임금 국가에서 생산한 저가 차량 수입이 급증해 GM, 포드, 도요타 모두 현지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최근 벤츠가 독일에서 2020년까지 20억유로의 설비투자를 단행하기로 결정해 주목된다. 노조가 다임러그룹 세계 최대 공장인 벤츠 신델핑겐 공장의 노동 유연성과 생산성 증대 조치에 합의한 데 힘입은 것이다. 이 조치로 벤츠는 향후 수년간 수십억유로의 비용을 절감하게 돼 값비싼 차량을 생산해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에 기초해 신규 물량 투입과 함께 설비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독일처럼 임금이 높고 내수 시장이 정체돼 있다. 따라서 노동 유연성과 생산성 증대를 위한 노조의 협조와 이에 기반을 둔 고부가가치 차종 생산 확대가 자동차 업계 설비투자를 촉진하는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이에 초점을 맞춘 노사정 합의 도출로 설비투자를 촉진하고 경기 회복을 앞당기는 노력과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성신 비엠알컨설팅 대표 samleesr@gobm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