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차세대 프로젝트를 하면서 비용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선 이미 소개한 바 있다. 하드웨어는 경쟁 환경을, 소프트웨어는 적극적인 활용을 목표로 하라고 조언했다. 나머지가 프로젝트 총비용의 40%에 해당하는 IT서비스 비용이다.
이것을 줄이려면 먼저 적정가격이 얼마냐는 것을 대충이라도 잡아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나는 CIO로 일할 때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중소 SW개발업체의 공급 가격이 과연 적정한지 의문을 가진 적이 많다. 예를 들어 20명이 석 달 동안 일한다고 할 때 적정 가격이 얼마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그러니 경쟁도 붙여 보고, 사정도 해보고 다른 회사에 물어 보기도 하고 이리저리 찾아보지만 쉽지 않다. 외주업체 사장은 단가가 너무 싸서 파견직원들 철수시키겠다고 협박하지, 구매부서에서는 왜 공급업체 편에 서서 이익 챙겨 주는 데 앞장서냐고 하지 어느 장단에 춤출지 난감하다. 구매부서 말대로 하면 사회적으로 ‘갑질’이라고 하고, 거래업체 입장에 서면 ‘유착’이라 단정한다. 그래서 주로 거래하던 업체와 지난번 단가로 계약하는 것이 제일 편하다. 공급업체도 조용하고 구매 부서에서도 아무 말이 없다.
중소업체와 계약은 이런 식이지만 대형 SI회사와 계약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충 정부 프로젝트를 단가 기준으로 곱하기해서 총액이 나오면 ‘얼마나 할인해 줄래’ 하면서 밀고 당기기를 하는 일이 많다. 그런데 이것도 완전치 않다.
서비스 가격을 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 서비스 단가 기준을 정한 것인데 여기에도 허점이 많다. 이 정부 단가 산정기준도 초급 기술자가 3년 지나면 중급 기술자가 되고 중급 기술자가 3년 지나면 고급 기술자가 되고, 그 뒤 3년 지나면 특급이 되는 식으로 돼 있다. 기술자의 단가도 연공서열로 돼 있는 것이다. 또 정부 단가에 업체들은 최저 금액이라 하고 공급 받는 회사는 정부 단가대로 다 받는 업체가 어디 있냐고 반박한다. 이 모든 분쟁은 서비스 비용 산정이 어렵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 문제를 갖고 업계에서 한두 번 싸운 게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 이 금액이 맞다 틀리다 판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내가 문제 삼고 싶은 것은 3년 지나면 한 등급씩 올라가는 시스템이다. 이렇게라도 정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이 있느냐고 따지기도 하겠지만 대충 넘어가기에는 문제가 너무 많다. 3년 동안 어떤 프로젝트를 어떻게 해서 얼마나 기술이 늘었는지 설명 없이 그냥 개발 업무에 10년 일했으니 특급이라고 규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개발자들 이력서에 보면 그냥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했었고, 전체적으로 총 몇 년 일했으니 고급 기술자 등급이라는 식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같은 3년이라도 정말 공부해 가면서 열심히 노력해 실력이 크게 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사무실 책상만 지키거나 다른 프로젝트 들어가서 눈치껏 일한 사람도 분명 있다. 단지 근무 기간 3년을 갖고 중급에서 고급으로 올라가도 되고, 그래서 돈을 더 받아도 된다는 논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월급쟁이들이 나이가 들수록 돈 쓸 데가 많아진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단지 나이에 따라 자동적으로 회사에서 돈을 더 줘야 한다는 논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우선 개인 서비스의 가격을 몇 년 근무했다는 것이 아닌 프로젝트에 대한 기여와 업적에 따라 정하면 된다. 프로젝트 서비스 총액은 일단 정부 단가로 정한다고 쳐도 그 금액을 프로젝트 매니저가 차등 지급하는 것이다. 열심히 적극적으로 일해서 프로젝트의 성공에 절대적으로 기여한 나이 어린 직원에게 더 많은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반대로 나이는 들었고 경력은 많지만 별다른 기여가 없는 직원에게는 가차 없이 적은 금액만 지급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어 일정 시간이 흐르면 개인별로 연봉 얼마, 단가 얼마라는 것이 굳어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정해지게 되면 다음 프로젝트 때에는 이 단가를 갖고 다시 총액을 계산하면 된다.
정리하면, 프로젝트 기간에는 이른바 기본급만 받고 끝나고 난 뒤 인센티브를 받으면 된다. 특급 기술자가 정말 특급 기술자면 더 받을 것이고, 고급이 정말 고급이면 그만큼 받으면 된다. 마찬가지로 특급이라 해서 나이만 들었지 쓸모가 없었으면 안 주면 된다. 측정 없이는 개선도 없다(No Measurement, No Improvement). 이제는 나이가 몇 살이고 IT 경력이 몇 년이니 고급이다 특급이다 하는 식으로 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들이 프리랜서의 길로 접어드는 것도 자기들에게 주어지는 서비스 가격이 왜곡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실질적인 기여와 업적에 비용을 지급하는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프로그래머들도 좀 피곤하긴 하지만 자기의 가치를 햇수가 아닌 업적으로 스스로 증명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CIO포럼 회장 ktlee7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