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내수 침체에 허덕여온 우리 중소 소재·부품 기업의 수출길 마저 꽉 막혔다. 가뜩이나 기본 기술과 경쟁력에서 앞선 일본 기업들이 엔저 효과를 누리며 펄펄 날고 있는 반면, 우리 기업들은 일본기업의 공급가 후려치기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중국은 대량 생산으로, 일본은 품질 대비 저가로 치고 나오면서 그동안 점진적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여온 우리 기업들의 타격이 이만저만 아니다.
문제는 달러 강세와 엔저 상반곡선이 우리에게 겹치면서 수출도 어렵고, 수입에는 그다지 효과가 없는 불안한 외환형국이 지속된다는 점이다. 외생변수기 때문에 우리가 자발적으로 해결하고, 기술적으로 뛰어넘을 수 있는 조건이 아니란 점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안함을 더한다.
이럴 때 정부와 수출지원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정부가 고정적 정책 수단을 갖고 민간기업 수출을 돕는 것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국제통상 규범과도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중소기업 환율 리스크를 우회적으로 덜어줄 방법은 분명히 있다. 정책 금융을 활용해 환란을 겪는 중소기업이 당분간 버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엔저를 활용한 일본 기업의 저가공세나 덤핑에 가까운 중국 기업 공세를 시장에서 세밀하게 모니터링하고 현지 수요와 가격 흐름을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중소기업이 하기 힘든 일이다. 중소기업이 생산물량과 가격을 책정하는데 큰 도움이 될 정보를 정부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적극 제공해야 한다. 중소기업 기반이 약해지며 이를 협력사로 둔 대기업도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정부도 환율의 거시적 흐름만 쫓을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 가동률과 생산량 등에 어떤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히 살피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환율 방어 등의 카드를 쓸 필요가 있다. 정부나 수출지원기관이 손 놓고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 중소 소재·부품기업의 어려움을 커진다. 어렵사리 쌓아올린 소재·부품 무역흑자 1000억달러다. 이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도록 세밀하게 다독여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