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우리나라 총연구개발(R&D)비는 전년 대비 5조5597억원(11.1%) 증가한 55조4501억원으로 처음 50조원을 넘었다. 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전년 대비 0.32%포인트(P) 상승한 4.36%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같은 연구개발의 결과물로 나타나는 한국의 특허출원율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허청 통계에 따르면 2011년 우리나라 특허출원 건수는 총 17만8900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내국인이 출원한 국내 특허가 총 15만2000건 정도다.
그러나 연구개발 생산성 측면에서 보면 문제가 있다. 양적 지표인 기술이전건수, 질적 지표인 기술이전 수입과 기술창업으로 볼 때 한국은 기술이전 건수에서는 선진국에 부합하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매우 미흡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지식재산연구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공동으로 2012년에 수행한 기술이전·사업화 현황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1년 공공연구기관의 그해 기술이전 건수는 5193건으로 전년도(4259건)와 비교해 21.9% 늘었다. 공공연구기관의 누적 기술이전율은 2011년 24.6%로 미국 대학·연구소의 기술이전율 25.9%와 거의 차이가 없으며, 캐나다의 31.1%보다는 다소 낮았다.
문제는 양적인 기술이전 건수가 아니다. 질적 문제는 심각하다. 공공연구기관의 기술료 수입은 1258억1205만원으로 2007년부터 5년 연속 기술료 수입 1000억원을 달성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연구개발 생산성(기술이전 수익/연구개발비 지출) 면에서 따져보면 2010년 한국 전체 공공연구기관의 연구생산성은 1.48%로 미국 4.06%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특히 미국 공공연구소의 연구생산성이 대학보다 월등히 높은 특징을 보였다. 2010년 한국 공공연구소의 기술이전율이 38.1%로 미국 공공연구소의 31.5%보다 높았으나 같은 해 연구생산성은 한국 2.02%와 미국 10.73%를 보여 양국 공공연구소의 연구생산성에 현격한 차이가 확인됐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경상기술료다. 경상기술료는 기술이전 후 사업화됐을 때 매출액기준으로 받는 돈이다. 한국의 경상기술료는 미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기술이전 후 사업화가 안 된다는 의미다.
기술창업은 미국에 비해 더욱 떨어진다. 공공부문의 기술창업(public research spin-off)은 대학 및 공공연구소에서 개발된 기술 기반 창업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전체 공공연구기관의 기술창업건수는 2001년 37개에서 2007년 47개, 2010년 132개, 2011년에는 133개로 증가 추세다. 기관 당 평균 기술창업도 2007년 0.4, 2010년 0.65, 2011년 0.7건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미국과 캐나다, 유럽연합 등 주요 선진국의 성과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수준이다. 미국은 2011년 643건에 평균기술창업 건수는 3.83건이며, 캐나다는 50건에 평균 1.35건의 기술창업을 보였다.
질적인 사업화를 촉진시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기술사업화의 당사자는 기술 공급자·수요자·중개자 그리고 정부다. 기술 공급자는 시장 수요에 부합하는 기술을 개발해 공급하고 기술 수요자인 기업은 기술사업화능력 배양이 필수다.
특히 기술 중개자는 정보 비대칭을 해소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인력 확보와 함께 양적 확대가 필요하다. 미국은 기술이전전담조직(TLO) 종사 인력이 평균 10명 이상이며 대부분 관련 분야를 전공하고 경력이 20년 이상이다. 정부도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지원정책을 만들어 기술사업화 시장이 잘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대표적 지원정책이 갭 펀드(GAP FUND)다. 또 기업가정신 교육도 더 필요할 것이다.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 교수 khkim61@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