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려면 전문 인력 양성은 필수다. 하지만 이 분야 전문 인력양성 기관인 반도체설계교육센터(IDEC) 예산은 연평균 25억원에서 8억원으로 급격히 줄어 업계와 학계가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인력의 질 문제를 떠나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 수요를 양적으로 맞추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다.
반도체설계교육센터는 지난 1995년 산업통상자원부와 반도체 기업들의 지원으로 설립됐다. 전국 대학의 반도체 설계 인력을 교육·지원해 산업 기반이 취약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설립 20년을 앞둔 IDEC의 현 모습은 설립 당시의 목적이 무색할 정도로 위축됐다. IDEC은 출범 후 1996년부터 1999년까지 4년에 걸친 1단계 사업 기간 동안 총 100억원 예산으로 인력을 양성했다. 연평균 약 25억원을 집행한 셈이다.
하지만 이후 예산은 계속 줄었다.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예산은 약 6억원 안팎에 그쳤고 올해는 8억원 예산으로 큰 변화가 없다. 매년 예산 규모가 줄어드는 분위기여서 가뜩이나 경쟁력이 약해진 국내 팹리스 기업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IDEC 모델을 벤치마킹한 대만, 중국, 일본은 인력 양성에 적극적이어서 대조적이다. IDEC은 세계적인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에서 선도적으로 제시한 인력 양성 모델이지만 해외서 더 발전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팹리스 산업이 앞선 대만은 물론 중국도 전문 인력 양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만은 NARL(National Applied Research Laboratories)과 11개 연구센터간 선도 영역을 지정해 고급 기술 인력을 양성한다. 360억원 예산으로 운영하는 CIC(National Chip Implementation Center)는 시스템 반도체 설계 연구, 칩 제작, 인력 양성이 목적이며 매년 2000여명의 석·박사급 시스템반도체 설계 전문 인력을 배출한다.
중국은 2020년까지 정부가 총 55조원을 지원해 공공 인프라 구축, 산학연 연구 프로젝트 지원, 인수합병(M&A) 지원, 인재 양성 등을 추진한다. 이 중 시스템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을 목표로 ZCI(Zhongguancun Cadence Institute)와 ICC(Shanghai IC Technology & Industry Promotion Center)를 운영한다.
400억원 규모의 ZCI는 중관춘 투자회사와 반도체 설계기업 케이던스가 공동 설립했다. 학부 혹은 대학원 수준의 교육과정을 개발해 설계 전문가를 양성하는 게 목적이다.
350억원 규모의 ICC도 시스템반도체 분야 인력을 양성하는 연구센터다. 65나노~350나노 CMOS등 첨단 공정의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제작과 시스템반도체 설계를 위한 각종 환경을 지원한다.
이서규 픽셀플러스 대표는 “현재 IDEC 예산으로는 수준 높은 설계인력을 양성하기 힘들다”며 “중국 정부가 매년 5조원을 투자하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반도체는 기반 산업이므로 인재 육성에 힘을 쏟아야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연구개발지원본부장은 “IDEC이 처음 시작할 때 민간 역할이 컸지만 지금은 정부 역할이 더 커졌다”며 “정부 투자만으로 한계가 있으므로 팹리스 기업도 직접 투자해 원하는 인력과 기술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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