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둔화,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 부진, 중국 샤오미의 부상은 국내 반도체 업계의 위기 요소다. 특히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용 칩을 공급하며 성장해온 팹리스 기업들은 업황 부진으로 실적이 출렁였다.
전문가들은 다음 먹거리를 발굴하고 이 분야에서 세계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뜩이나 수년째 성장이 정체하고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팹리스 기업이 많아 새로운 동력 발굴이 절실하다.
우리나라는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카메라이미지센서(CIS), 멀티미디어 칩 등에서 이미 세계 1~3위 수준의 기술력을 가졌다.
반면 전력 반도체, 스마트 자동차, 지능형 센서, 웨어러블 등의 분야는 지속적으로 기술 개발과 인력 육성 필요성이 제기돼왔지만 이렇다 할 대응을 못했다. 이미 세계적 반도체 기업들이 뛰어든 데다 기술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다. 시스템반도체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에서 세계 기업을 빠르게 따라잡기에는 무리다.
그러나 향후 성장성을 감안하면 더욱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사물인터넷 시장의 핵심이 될 지능형 센서 기술과 에너지 절약 등에 따른 전력 반도체 수요 상승을 감안하면 두 분야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관련 분야의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함께 개발·육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에 따라 산·학·연·관이 힘을 합쳐 국내 팹리스가 전략적으로 연구·개발할 기술 분야를 선정하고 중장기 발전 계획을 수립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조한진 ETRI SoCSW융합R&BD센터장은 “중국 팹리스 기업과 산업이 빠르게 국내 수준을 따라잡은 것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있지만 국내 팹리스의 기술 진입장벽이 낮다는 의미도 된다”며 “쉽게 따라오기 힘든 분야를 발굴하고 독특한 기술을 가지는 게 생존 전략”이라고 말했다.
세계적 수준의 반도체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수준 높은 설비를 갖춘 파운드리 기업인 삼성전자·동부하이텍·매그나칩스반도체가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조 센터장은 “대기업이 적극 나서 팹리스 기업과 협력하면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물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세계 반도체 기업이 새로운 먹을거리를 발굴하고 기술 연구개발에 공을 들이는 만큼 국내 대기업과 중소 팹리스의 긴밀한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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