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유통 거물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과 잭 마 알리바바 그룹 회장은 상거래의 핵심 주체인 ‘고객’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 예컨대 제프 베조스는 고객이 최우선이고 잭 마에게 고객은 사업 파트너 중 하나일 뿐이다.
제프 베조스는 ‘고객 만족 강박증’으로도 익히 유명하다. 회의시간에 빈 의자를 갖다 두고 고객이 곁에 있다고 생각하라는 일화도 있다. 온라인에서도 고객의 작은 불평불만이 기업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라고 할 정도다.
잭 마는 어떨까. 잭 마는 알리바바가 고객을 위한 회사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상거래를 이끄는 수장의 말치고는 가히 파격적이다.
아마존이 고객 만족을 위해 최저가 책정에 힘을 쏟는다면 알리바바는 건강한 유통 생태계를 우선시한다는 얘기다. 고객이 제일 싸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만큼 상품 제조업자도 합당한 이윤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잭 마에겐 고객이 중요한 만큼 상품 공급자나 중간 유통업자도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아마존은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5월부터 전자책 가격 인하를 압박하기 위해 ‘아셰트’라는 출판사의 일부 책 판매를 중단했다. 할인율도 줄이고 배송도 지연시켰다.
아마존의 실력행사였다. 일부 작가와 출판사는 ‘반아마존’ 전선을 만들어 콘텐츠 보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결과는 소비자 피해로 이어졌다.
과연 무엇이 고객을 위한 경영일까. 고객은 좋은 상품을 가장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을 선호한다. 고객의 입장에서 저렴한 상품을 내놓기 위해 다른 건 뒷전에 뒀다. 생태계는 무너졌고 제조업체나 유통사의 불만 누적은 상품 질 저하로 이어졌다.
국내에도 홈쇼핑, 소셜 커머스 등 국내 최저가로 고객 만족을 지향한다는 슬로건을 건 커머스 업체가 많다. 무조건적으로 고객에게 최저 가격을 제공한다고 좋은 기업은 아니라는 게 아마존의 교훈이다. 협력사와 ‘고객’ 모두를 중시하는 잭 마의 철학을 되새겨볼 때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