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지 한 달이 지났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여러 가지 긍정적인 변화를 설명하고 단통법이 연착륙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실제로 급속히 냉각됐던 시장에 온기가 도는 징후가 몇몇 지표에서 드러났다.
지난 24일 통신 3사 일평균 번호이동 가입 건수는 2만3046건으로 9월 일평균 1만7100건보다 34.8% 증가했다. 지원금이 적어 번호이동을 꺼리던 고객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 비중이 크게 늘어난 긍정적 효과도 있었다. 25~45 요금제 가입자 비중이 40%대 후반까지 늘어나며 9월(29.4%)보다 19% 이상 증가했다. 중고폰으로 서비스에 가입해도 12%의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어 중고폰 이용자도 9월 대비 120% 이상 증가했다.
초기 고객 반응과 경쟁사 눈치를 보던 통신사들도 보조금을 차츰 늘리고 있다. 또 신규 요금제와 할인 프로그램으로 고객 혜택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기존 고객을 지키기 위한 멤버십 프로그램 변화는 통신사 경쟁 패러다임이 서비스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정부와 통신사의 노력에도 고객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여전히 단말기가 비싸다며 단통법 폐지를 주장하는 고객도 많다. 시장이 한참 과열됐을 때와 체감 지원금이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폐지나 개정 주장이 계속되면 단통법은 연착륙할 수 없다. 결국 고객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얘기다. 통신사는 과거 수준의 지원금이 더 많은 단말기로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단말기 출고가의 거품을 빼는데 정부와 통신사, 제조사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출고가가 내려가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과거의 불법 보조금 살포도 그리고 단통법도 결국엔 100만원에 가까운 단말기 가격 때문에 나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