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 이립에 접어든 보령화력 다시 뛴다

대한민국 최초의 표준형 석탄 화력발전소. 화재사고 100일 복구 신화의 주인공. 수많은 기록을 배출했던 한국중부발전의 보령화력발전소가 30주년을 맞이했다.

보령화력은 정부의 탈유전원 개발과 에너지다변화 정책으로 1984년 준공됐다. 최초의 한국형 표준 석탄 발전소라는 의미도 있지만 5000일 장기무고장 운전이라는 기념비적 기록을 세운 국내 발전 운영능력의 상징물이다.

30주년을 맞이한 보령화력발전소
30주년을 맞이한 보령화력발전소

보령 1·2호기는 30대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설비의 신뢰성과 경제성을 갖추고 있다. 국내 석탄화력기술이 30년 이상 설비 수명을 보장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주역인 셈이다. 더욱이 2012년 발생했던 화재사고의 상처를 딛고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중부발전 임직원의 자부심으로 자리하고 있다.

보령화력이 오랜 시간 전력을 생산할 수 있었던 데에는 현장 직원들의 노력이 있었다. 장기 운전에 따른 설비노후화는 성능개선 공사로 극복했다. 2008년 국내 발전소로는 최초로 진행된 발전설비 개선은 보령 1·2호기의 수명을 크게 연장할 수 있었다. 현재 보령 1·2호기는 2025년까지 수익을 낼 수 있는 발전소로 새 옷을 갈아입은 상태다.

2012년 3월 화재로 중앙제어계통이 모두 전소된 피해를 입었지만 이를 100일 만에 복구한 것은 지금도 발전 업계에서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특히 그 당시에는 국가 전력수급이 위태로웠던 만큼 빠른 복구를 위해 모든 직원들이 발 벗고 나섰다. 화재 당일에는 설비 튜닝데이터를 빼오려 현장 직원들이 화마를 뚫고 들어가기도 했었다. 이 튜닝데이터가 없었다면 복구 작업은 반년이 넘게 걸렸을 일이다.

중부발전은 보령화력을 친환경 발전소로 변모시키고 있다. 전 발전소에 대기환경 설비를 구축하고 석탄회는 석고와 시멘트로 재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태양광과 함께 냉각수를 이용한 소수력발전소도 운영하는 등 국내 최대 규모의 화력발전소이자 신재생에너지까지 갖춘 종합발전단지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곽병술 한국중부발전 보령화력본부장

“30년이 됐다 해서 결코 낡은 발전소가 아닙니다. 나이는 많을지 모르지만 아직도 경제성을 가지고 있는 건강한 설비입니다.”

곽병술 보령화력본부장은 보령 1·2호기 성능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2008년 성능개선 공사에 직접 참여했고 지금은 보령화력 설비를 총괄하는 자리에 있는 그다.

일반적으로 전력수급계획을 작성할 때 석탄화력의 경제성 수명은 30년이다. 30년이 지나면 그 발전소는 전력을 생산해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인 셈이다. 하지만 보령 1·2호기는 앞으로도 10년 가까이 수익을 낼 수 있다.

곽 본부장을 그 이유를 철저한 운영관리에서 찾는다.

“성능개선 공사 당시 발전소 주기기 중 하나인 터빈 로터의 수명을 재보니 55% 정도밖에 소진이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설비 관리를 잘 해 왔다는 증거입니다. 설비는 처음에 설치할 때도 중요하지만 이를 얼마나 잘 쓰는지에 그 수명이 크게 달라집니다.”

국가적으로 전력수급 위기를 벗어난 지금 보령화력은 경제성 개선이라는 새로운 성과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곽 본부장은 “지금까지는 전력수급안정에 기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며 “국가적으로 전력위기를 벗어난 지금 수급안정과 함께 효율적인 전력생산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