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수 칼럼]단통법 해법 `있다`

누구도 원치 않은 법. 소비자뿐만 아니라 제조사. 판매·유통사, 통신사업자 모두 불만인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다. 제조사와 유통사는 한 달 사이 판매가 뚝 떨어져 울상이다. 제조사의 어떤 해명도 비싼 출고가 비판을 잠재우지 못한다. 통신사업자는 일부에게만 갔던 보조금을 가입자 전체로 넓혀 쓴 돈이 같은데 ‘혼자 배를 채운다’는 오해를 받아 억울하다. 소비자의 ‘공짜폰’ 기억을 도무지 지울 수 없다.

[신화수 칼럼]단통법 해법 `있다`

모두 억울하다고 하니 비난은 법을 만든 정부와 국회를 향했다. 폐지론까지 들끓었다. 급기야 판매업체들은 서울 한복판에서 시위를 벌였다. 정부는 지난달 말 번호이동 수요가 다시 늘자 ‘효과가 나온다’며 더 지켜보자고 호소한다. 그러나 단통법보다 ‘아이폰6’ 출시 효과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정부가 ‘아이폰6’가 더 잘 팔리길 기대해야 할 판이다.

정부는 진퇴양난이다. 어렵사리 만든 법을 곧바로 버리면 체면이 사납다. 그렇다고 통신사, 제조사를 윽박지르는 것밖에 비난을 잠재울 묘수를 못 찾았다.

정말 효과 없는 법이라면 빨리 없애는 것이 옳다. 정부 꼴이 엉망이 되지만 성난 시장을 달랠 수 있다. 어차피 3년 뒤에 없어질 법이다. 정부가 2일 새벽 ‘아이폰6 보조금 대란’에 대해 사업자를 엄중 경고했다. 거꾸로 단통법 한계를 새삼 일깨운다.

하지만 법 폐지는 관료 생리상 어렵다. 적어도 ‘불법 보조금으로 인한 가입자 차별 방지’라는 입법 취지를 구현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와야 가능하다. 당분간 칭찬받기 글렀다.

이 상황을 계속 방치해야 하나. 이 또한 옳지 않다. 소비자 반발도 그렇지만 통신시장 침체는 현 정부 경제 살리기에도 악재다. 어렵더라도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한 정책전문가 귀띔에 그 길이 보인다. 보조금 유효경쟁과 요금인가제 폐지 연계다.

유효경쟁은 쏠림현상이 심한 시장에서 정부가 지배적사업자에만 불리한 조건(핸디캡)을 달아 실질적 경쟁을 유도하는 정책이다. 보조금 상한이 이동통신 3사 모두 똑같다. 후발 이통사가 보조금 마케팅을 벌일 여지가 없다. KT,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보다 합법 보조금을 더 쓸 수 있게 상한을 올리자. 바로 보조금을 통한 유효경쟁이다.

“손발 다 묶인 우리는 어찌 하라고.” SK텔레콤의 볼멘소리가 벌써 들린다. 아무리 지배적사업자라고 해도 보조금에 따라 움직이는 통신 시장에서 보조금 차등 규제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 발은 그대로 묶어두되 손이라도 풀어주자. 이게 요금인가제 폐지다.

SK텔레콤은 다른 이통사와 달리 새 요금제를 만들 때 일일이 정부 허가를 받는다.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요금으로 시장을 교란하거나 소비자 피해를 발생하는 일을 막자는 취지다. 경쟁 체제에서 요금을 올리는 일이 없으니 이 규제를 없애자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요금인가제 폐지가 요금 인하 경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보조금 유효경쟁과 연계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보조금 경쟁에서 발이 묶인 SK텔레콤이 요금 인하 경쟁으로 맞설 가능성이 높다.

이런 해법이 정말 먹힐지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침체한 시장을 살리고 바람직한 경쟁 체제와 유통구조 형성까지 도울 방법이라는 점이다. 단통법 취지와도 맞닿는다. 해법이 없는 게 아니라 찾지 못했을 뿐이다.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