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도 수백만 시민 대상 불법 감청논란 발생

영국이 불법 감청논란에 휩싸였다. 스노든 사태의 후폭풍이 유럽에서도 발생할 지 주목된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런던 경찰청과 국가범죄수사국(NCA)이 휴대폰 감청을 위한 최신 특수장비를 이용해 무고한 수백만 시민의 통화와 문자메시지 내용까지 법적 근거 없이 수집·활용해왔다고 2일 전했다.

런던경찰청과 NCA는 ‘IMSI 캐처’라는 이름의 도·감청 장비를 도입해 휴대폰 통화와 문자, 이메일 내용 등을 감청했다. 이 장비는 특정 지역에 휴대폰 신호를 차단하는 성능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는 이 장비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범죄와 관련없는 주변 사용자의 통화정보까지 무차별적으로 수집됐다고 지적했다. 감청된 시민은 수백만명에 달하며 수집된 자료 자동폐기 규정이 지켜지지 않은 의혹도 제기했다.

영국의 불법 감청 논란은 IMSI 캐처가 법원이나 법무장관의 승인 없이도 경찰서장의 재량으로 수사에 동원할 수 있음이 알려지며 더 커지고 있다. 영국은 범죄혐의자 가택에 대한 경찰의 감시활동을 규정한 기존 경찰법 조항에 무선장비 규정이 없어 사실상 아무런 제약없이 장비를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런던경찰청과 NCA는 IMSI 캐처에 많은 수사를 의존하고 있지만 장비 현황과 사용 범위 및 빈도, 수집 내용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매체는 최근 2년 간 감독기관에 보고된 해당 기관의 가택감시 사례가 2689건에 이른 점을 들어 이 활동에 IMSI 캐처가 폭넓게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영국 경찰 관계자는 “IMSI 캐처를 사용하면 수사에 필요한 정보를 쉽게 수집할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의 정보를 엿볼 수 있는 문제도 따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경찰의 감청활동과 관련해 시대에 뒤떨어진 법적 규제를 정비할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다.

정보보호 운동단체 프라이버시인터내셔널 소속의 매튜 라이스는 “시위 현장에 이 장비를 투입하면 모든 참가자의 신원을 추적할 수 있고 휴대폰 감시와 차단도 가능하다”며 “불특정 다수의 휴대폰 정보를 동의 받지 않고 수집하는 감청은 중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런던경찰청과 NCA는 이와 관련해 “휴대폰 감청장비와 관련된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