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계 입사에 가장 큰 도움이 된 건 4년간의 대학생활이었어요. 광고에서 스토리가 차지하는 부분은 상당히 크죠. 제 전공인 역사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고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들만 선별해서 배우는 학문이에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그래서 사람공부가 무척이나 중요한 것이 광고업이기에 어떻게 보면 전혀 관련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 역사 전공도 제가 광고인이 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사학과 출신으로 광고인이 된 이성길 하쿠호도제일 광고기획자(AE)는 자신을 ‘올이너(all-inner)’로 소개했다.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고 행동도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올인’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라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한 이씨는 1년 전 자신의 경험을 모두 털어놨다. 그가 광고인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대학생활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세 가지 성공 비법을 들어 봤다.
◇진정한 경쟁력 원한다면 퍼스널브랜딩이 먼저
이씨는 퍼스널브랜딩을 성공비법의 첫 번째 원칙으로 꼽았다. 그는 광고 관련 학과를 졸업한 것도 아니고 광고업계에서 원하는 인재상과는 일치하지 않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고민 끝에 선택한 것이 바로 퍼스널브랜딩이었다. 그는 타 지원자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하려고 노력했다.
“사실 광고 회사뿐만 아니라 모든 직업에 있어 퍼스널브랜딩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인 거죠. 자신의 색깔에 맞춰서 대학생활을 풀어내는 것. 그게 바로 흔히 취업 8대 스펙이라고 불리는 획일화된 스펙보다 훨씬 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주체성’ 없는 활동은 의미 없어
이씨에게는 보통의 대학생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함이 있다. 그는 대학생활에서 항상 학업보다는 대외 활동,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활동에 더 시간과 열정을 쏟던 학생이었다. 학생회나 아시아나 드림윙즈, 유니브엑스포 등의 활동이 모두 이러한 맥락에서 공통점을 가진 활동이었다.
“대학생 때 다들 이것저것 많이 하잖아요. 교내활동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인터넷에 보면 대외활동 리스트도 상당히 많습니다. 제 생각엔 어떤 활동이든지 그 활동 자체에 수동적으로 이끌려 다니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봐요. 주체성을 가지고 활동했을 때 그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큰 법이고, 활동에서 얻는 모든 것들 자체가 온전히 여러분 것이 될 수 있어요.”
이씨가 인생의 전환점으로 꼽은 세 가지 사건 역시 ‘주체성’이 있기에 가능한 것들이었다. 김제동, 김태호 등 유명 스타들을 직접 섭외한 것부터 두 차례에 걸친 유니브엑스포 기획, 터키에서 한국문화를 알리는 2박3일 캠프를 개최한 일, 광고관련 블로그 개설까지 모두 그가 직접 발 벗고 나섰기 때문에 가능했다.
“저에겐 늘 굳은 믿음이 있었어요. 특히 섭외 건 같은 경우에는 ‘저 분들은 분명 우리의 뜻과 의지만 전달된다면 흔쾌히 섭외 요청에 응해주시지 않을까’하는 그런 믿음이죠. 실제로 개그맨 유재석씨를 섭외할 땐 무려 8시간 동안이나 집 앞에서 기다려서 응원 영상을 받아내기도 했어요. 물론 누군가에겐 굉장히 무모한 도전으로 비칠 수도 있는 것들이지만, 제겐 뜨거운 열정이 있었기에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도 가능하게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목표에 대한 간절함 있어야
이씨는 성공의 중요한 요소로 ‘절실함’을 손에 꼽았다.
“대학생 때 보는 광고에 대한 시각과 현업에서 광고를 다룰 때의 시각은 많이 달라요. 보이는 것처럼 항상 멋진 광고만 만드는 것도 아니고요. 마냥 광고가 좋아서 ‘광고 한 번 해봐야지’라는 생각으로 뛰어드는 것 보다 훨씬 더 절실해야 해요.”
그에게 광고 분야를 지망하지만 좌절하고 있는 학생들을 향한 조언을 부탁했다.
“소극적이고 조용한 성격을 지녔어도 충분히 광고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성격이 꿈을 향해 달려가는 데 있어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만약 저였다면, 목소리가 작아서 면접이 힘들다고 느껴질 때 확성기를 준비해 가는 등 신선한 시도를 해볼 것 같아요.”
이씨는 자신이 근무 중인 기업 ‘하쿠호도제일’을 “광고전문가를 넘어 사람전문가를 지향하는 회사”라고 소개했다. 사람을 항상 연구하고, 고민하고 그래서 사람을 위한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사람에 대한 고찰이 강한 회사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씨가 마지막으로 광고계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좋은 아이디어, 좋은 광고인은 선천적 능력이 아닌 후천적 노력에서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광고인의 머리를 책장으로 비유했을 때, 항상 광고인은 본인의 책장에 다양한 경험, 학습으로 얻어낸 광고의 소스들을 꽂아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꾸준한 관심과 더불어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이 노력하는 것, 그것이 바로 광고인의 최고 덕목이라고 생각해요.”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