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군 장교 오모 대위가 직속상관 노모 대령의 성추행과 가혹행위로 인한 우울장애라는 심리부검 결과가 나왔다.
군인권센터와 한국성폭력상담소, 오 대위의 유족 등이 4일 공개한 ‘고(故) 오 대위 심리부검 보고서’에 따르면 오 대위는 15사단 전입 후 노 소령의 가혹행위와 모욕, 구타, 성추행으로 ‘우울 기분이 있는 적응장애’를 겪다 ‘주요우울장애’로 악화됐다.
군인권센터는 “주요우울장애는 정신질환 상해로 가해자 노 소령은 군형법상 강제추행치상죄에 해당, 엄중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육군 제15보병사단으로 전입오기 전 오 대위에게서는 자살요인이 발견되지 않는다. 때문에 오 대위는 15사단 전입 초기 우울 기분이 있는 적응장애를 겪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주요우울장애로 악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오 대위 사건에 대한 1심 재판을 맡은 2군단 보통군사법원 재판부가 노 소령의 가혹행위를 인정하고도 집행유예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자 이를 입증하기 위해 심리부검을 진행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노 소령에 의한 모욕과 성추행, 성적 모욕은 오 대위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자부심과 성실함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노 소령은 군형법에 따라 강제추행 치상죄에 해당하며 강제추행, 가혹행위, 모욕 등 범행으로 인한 상해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심리부검을 진행한 전준희 화성시정신건강증진센터장은 “오 대위는 자살위험성이 있던 사람이 아니다”며 “상관에 의한 성적인 추행, 언어폭력들이 점차 심해지면서 적응장애나 주요우울장애에 해당되는 모습들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군인권센터는 이같은 심리부검 결과를 바탕으로 이날 오후 5시40분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에서 열리는 노 소령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오 대위 아버지는 “명예로운 대한민국 여군이었던 딸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며 “죽은 사람은 말이 없지만 산 사람들이 말을 해서 억울하게 죽은 딸의 명예를 지켜 달라”고 오열했다.
SR타임스
이행종기자 srtim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