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선순환 벤처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활성화 의지와 맞물려 기획한 것으로 삼성은 국내 최초로 실리콘밸리식 성장단계별 벤처투자로 아이디어 벤처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삼성그룹은 이의 시발점으로 이달 21일 대구에서 ‘삼성 벤처 파트너스데이’ 행사를 개최한다고 4일 밝혔다. 지난 9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에서 열린 ‘삼성그룹·대구시 공동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 후속이다.
삼성은 이 프로그램으로 선발된 벤처에 창업-성장-성숙 단계별 자금 지원에 나선다. 또 자체 ‘크리에이티브랩(C랩)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적용해 아이디어 벤처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삼성전자가 2011년부터 운영해온 C랩 액셀러레이팅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낸 직원이 아이디어를 구현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미국에서 운영 중인 오픈이노베이션센터(OIC)와의 시너지 창출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OIC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벤처 투자 및 인수합병(M&A), 인큐베이팅 등을 맡는 조직이다. 현재 서부 실리콘밸리와 동부 뉴욕에 인큐베이팅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벤처투자 파트너스데이에서는 서면심사를 거친 기업을 대상으로 삼성 전문가들이 프레젠테이션 및 투자심사 절차를 밟는다. 대상은 사물인터넷(IoT) 및 정보통신기술(ICT), 부품소재·디스플레이, 콘텐츠·패션 등이다. 대구·경북에 소재하거나 이곳에서 사업 계획이 있는 혁신형 중소벤처기업이 대상이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뉴스해설]
“국내에서는 처음 성장 단계별 투자와 지원이 이뤄질 것입니다.”
행사를 주관하는 삼성벤처투자 관계자의 말이다. 성장단계별 투자는 한국 벤처생태계에 ‘아킬리스건’과 같은 존재다. 정부가 단계별 투자를 시도했지만 중소기업 졸업 기업 지원에 어려움을 겪었고 민간에서도 벤처펀딩 한계 등으로 막대한 투자는 쉽지 않았다. 삼성은 이 같은 한계를 돌파해 미국 실리콘밸리 식 벤처투자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에 따르면 초기 아이디어 단계의 스타트업 기업에 대해 3단계 투자를 집행한다. 초기 3000만~3억원(1단계)을 지원하고 이후 1년 이내에 2억원(2단계)을 한도로 추가 투자를 단행한다. 2단계까지는 200억원 규모로 삼성이 대구시와 공동으로 조성하는 벤처펀드(C-펀드)에서 집행한다. 3단계 지원대상이 된 벤처는 삼성의 전략 파트너가 된다. 글로벌 기업으로 대량생산 체계를 갖추거나 규모를 더 키우기 위한 인수자금 등에 사용될 자금을 지원한다. 여기에는 C-펀드가 아닌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삼성벤처투자와 조성해 운용 중인 1조3000억여원의 전략펀드에서 투자가 집행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별도의 투자 한도가 정해지지 않는다. 실리콘밸리식 투자다. 일례로 페이스북은 창업에서부터 상장까지 10회(라운드) 투자를 받았으며 트위터·징가 등도 8회 자금을 유치했다.
삼성의 이 같은 시도는 우리 경제 허리를 탄탄히 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한 후 막대한 자금 조달에 한계를 겪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에 빠지는 기업을 막는다.
삼성은 벤처 성장을 위한 파트너 역할에도 적극 나선다. 미국 엔젤이나 벤처캐피털이 경영·투자 자문과 인력 확보 등에 나서듯이 삼성그룹이 우수한 네트워크를 이들 벤처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삼성 관계자는 “행사명 그대로 삼성이 벤처의 파트너가 돼 그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