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과학단체인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회장단과 사무총장의 갈등으로 파행을 겪고 있다. 초유의 사무총장 직무정지 사태가 장기화되며 해결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가 법적 문제로 비화될 경우 더 큰 파국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5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이부섭)에 따르면 이헌규 사무총장의 직무정지가 1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다. 과학기술계가 중재에 나서는 등 노력을 했지만 양측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의 발단은 회장의 업무 지시 불이행 등으로 회장단이 지난 9월 26일 이헌규 사무총장의 직무정지를 결정한 데 있다. 사무총장 직무정지라는 초유의 결정이 내려진 것은 그동안 쌓였던 회장과 사무총장 간 갈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문제는 과총 살림을 책임져야할 상근 사무총장의 부재로 인한 업무 공백이다. 사무총장 대행을 맡아야 하는 경영지원본부장 마저 공석이어서 학술진흥본부장이 사무총장과 양 본부장 업무를 모두 맡고 있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과총 자체적으로 해결하길 바라며 지켜보고 있다. 과총이 민간단체이기 때문에 개입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다.
그러나 과학기술계에서는 미래부가 사태 해결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미 한 달 이상 파행이 지속됐고 앞으로도 해결 가능성이 높지 않아 중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유승희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과총 예산 총액 321억원 가운데 225억원이 정부 지원금인데도 미래부가 과총 사태를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적극적으로 나서서 즉각 실태조사를 시행하고 과총이 정상운영 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래부도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사무총장 해임 등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게 되면 이를 막기 위한 조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말로 예정된 과총 이사회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사회 전까지 해결되지 않으면 해임 논의가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미래부가 개입하면 법적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과총 정관에 회장단 회의에서 이사직인 사무총장을 직무정지시킬 수 있는 내용이 없다. 정관에는 사무총장의 임명이나 징계, 해임 등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미래부 장관이 승인하도록 규정돼 있다. 회장단 회의의 직권남용 등에 대한 법적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과총이 어느 때보다 화합해서 대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일을 해야 하는데, 내부적 단속도 못하는 것은 문제”라며 “자체 해결을 바라지만, 법적으로 정관을 위배했는지를 따져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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