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 100Mbps 서비스 출시 이후 9년 만에 기가인터넷이 상용화됐다. KT를 필두로 각 통신사들은 앞다퉈 ‘기가 마케팅’을 펼치며 고객 사로잡기에 나섰다. 업계는 이를 ‘10년만의 유선 전쟁’으로 부르고 있다.
스마트폰 확산으로 무선 인터넷이 주목을 받지만 여전히 모든 통신의 근간은 유선이다. 우리나라가 ICT를 중심으로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도 세계 최고 속도를 자랑하는 초고속 인터넷 덕분이다.
100Mbps보다 10배 빠른 기가인터넷은 산업 전반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져 삶의 질을 한층 높여줄 전망이다.
◇기가인터넷, 왜 중요한가
2005년 LG파워콤은 100Mbps 서비스로 업체 간 속도 경쟁과 초고속 광랜 확산 열풍을 일으켰다. 당시 방식은 집집마다 광케이블에 직접 연결하는 ‘댁내 가입자망(FTTH)’과 랜을 혼합하는 기술이었다. 100% FTTH의 투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기가인터넷 상용화는 가정 내까지 광케이블이 직접 연결되는 FTTH의 확산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1Gbps는 4GB 풀HD 영화 한편을 내려 받는 데 30여초밖에 걸리지 않는 속도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기가인터넷을 설치한 일반 가정의 실제 인터넷 속도는 900Mbps에 이른다.
기가인터넷은 산업 전반에 걸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우선 초고화질(UHD) 콘텐츠와 스마트홈 산업의 대중화가 탄력을 받게 된다. 포털이나 오버 더 톱(OTT) 사업자들은 스트리밍을 통한 고품질 실시간 중계가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ICT 융합과 일자리 창출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경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 에릭슨 조사 자료에 따르면 초고속 인터넷 속도가 두 배 빨라지면 국내총생산은 0.3% 성장하고 보급률이 10% 상승하면 GDP는 1.21% 증가한다.
임용재 미래창조과학부 네트워크CP는 “사용자의 인터넷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새로운 서비스 산업이 생겨나고 관련 장비 업체는 신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며 “기존 100Mbps 보급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경기부양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기가인터넷으로 달라지는 세상
최근 우리나라에서 열린 2014 ITU 전권회의에서 정부는 회의장 내 유무선 네트워크 인프라를 기가인터넷 수준으로 구성했다. 2000여명 인원과 4000여대 기기 동시접속이 가능하도록 해 ‘종이 없는 회의’를 가능하게 했다. 기가인터넷이 없었다면 어려운 일이다.
기가인터넷은 빠른 속도와 대역폭으로 대용량 데이터의 실시간 전송과 분석이 필요한 실감형 서비스를 가능하게 해준다. 홀로그램, 4D 등 새로운 서비스를 바탕으로 미래형 교육, 의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
지난 1월 KT는 세계 최초로 K팝 홀로그램 상설 전용공연장 ‘케이 라이브(K-Live)’를 구축했다. 싸이, 2NE1 등 한류 스타의 공연을 홀로그램을 통해 실제 가수를 보는 느낌으로 감상하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향후 기가인터넷이 확산되면 스포츠 경기장 내외부와 스포츠 경기 중계에 홀로그램과 다초점 화면을 사용하는 실감형 스포츠 서비스가 등장할 전망이다. 또 시간과 공간적 제약을 완화해 지역간 정보 격차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
교육 방식도 달라진다. 학생과 교사가 양방향 소통을 통해 실시간 소통 학습이 가능해진다. 3D 가상체험은 교육 효과를 극대화해준다. 이 외에도 원격진료, 재난안전 등 폭넓은 분야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재호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스마트네트워크단장은 “기가인터넷은 농어촌 정보화, 스마트 의료 등 우리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큰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며 “진정한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선 기반 인프라가 튼튼해야 하는데 기가인터넷이 이를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기가 시대를 위한 해결 과제
기가인터넷은 지금까지 불가능했던 신규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면서 다양한 경제 부양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확산과 정착을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신규 서비스 발굴이다.
향후 기가인터넷 전국 보급을 위해서 통신사들은 2조원가량 신규 투자가 필요할 전망이다. 반면 100Mbps에서 1Gbps로 인터넷 속도가 빨라진다고 해서 비용을 더 낼 용의가 있는 소비자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통신사는 고객이 지불하는 기존 사용료가 아닌 신규 서비스로 수익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임용재 CP는 “적기에 서비스 발굴과 출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기가인터넷 확산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다”며 “사물인터넷(IoT)이나 클라우드 서비스 등과 연계한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가인터넷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현재도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 콘텐츠 유통이 기가인터넷 시대에는 더욱 활성화될 공산이 크다. 대용량 트래픽이 유발되면 일반 사용자의 접속 속도가 느려져 피해를 보게 된다.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불법 콘텐츠 유통 사업자의 행위가 더 심해질 것”이라며 “따라서 부분 종량제 등 과다 트래픽 유발에 대한 망 이용 대가 산정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