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채용제도 개편]전공능력 강화…"대학교육 정상화 VS 또 하나의 과제"

삼성그룹의 3급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 개편안은 기존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벼락치기’ 대신 열심히 전공능력을 배양한 ‘성실파’ 우대가 골자다. SSAT 응시를 위한 1차 관문 ‘직무적합성평가’ 도입으로 보다 검증된 인력 확보 기대와 함께 구직자들의 삼성 입사 부담이 늘어났다는 반응이 엇갈린다.

삼성그룹이 `직무적합성평가` 도입과 `창의성 면접`을 골자로하는 3급 대졸 신입사원 채용방식 개편안을 5일 발표했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빌딩에 들어서고 있다. <전자신문DB>
삼성그룹이 `직무적합성평가` 도입과 `창의성 면접`을 골자로하는 3급 대졸 신입사원 채용방식 개편안을 5일 발표했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빌딩에 들어서고 있다. <전자신문DB>

삼성은 이번 개편으로 ‘실무에 능통한 인재’ 확보를 기대한다. 지난 1995년 도입 이래 일정 자격을 갖춘 누구에게나 응시자격을 부여한 SSAT가 회사 입장에서는 응시자의 능력을 검증할 운신 폭을 좁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구직계의 로또’로 떠오르며 2010년 이후 지원자 수가 10만 단위로 폭증한 뒤에는 ‘부족한 사전검증’에 대한 회의감도 사내외에 불었다.

정현호 삼성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부사장)
정현호 삼성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부사장)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월 ‘대학총장추천제’를 골자로 한 서류전형 부활안을 내놓았지만 ‘대학 서열화’ 비판과 함께 철회된 바 있다. 이후 지난 5월 미래전략실 개편과 함께 인사지원팀장으로 이동한 정현호 부사장 주도 하에 사내 채용제도 개편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하기도 했다.

연구개발(R&D)·기술·소프트웨어(SW) 직군에 도입하는 ‘전공능력 평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이 마련한 카드다. 학점과 이수과목 등 전공능력을 평가해 응시자의 성실성과 연관 직무 능력을 측정하겠다는 것이다. 이준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전무)은 “4년간 총학점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높은 수준의 전공과목을 얼마나, 잘 이수했는지를 확인해 평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공과 무관한 교양과목 이수로 만든 ‘학점 세탁’을 막겠다는 의미다.

업계는 삼성의 선택을 전공 능력 강화를 이끌어 대학교육을 정상화시키는 촉매제로 여기는 분위기다. LG전자가 2012년부터 R&D 직군에 전공학점을 주요 평가요소로 도입한 이후 산업계에서는 전공 성적이 성실과 능력의 척도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SW개발직 한 직원은 “전공을 열심히 공부한 만큼 업무 이해도도 높다”며 “신입사원에게 기초 프로그래밍을 다시 가르쳐야했던 과거 사례를 답습하지 않기 위한 노력”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하나의 과제’가 생겼다는 반응도 나온다. 내년 삼성 공개채용 응시를 준비하던 권상혁씨(25, 행정학 전공)는 “SSAT 광풍이 잦아드는 효과가 있겠지만 삼성에 대한 구직 수요는 여전한 만큼 직무적합성평가를 위한 ‘또 하나의 경쟁’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윤태오씨(25)도 “대학별 전공 커리큘럼이 다른 상황에서 모두가 납득할 만한 평가가 이뤄지기 바란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은 전공 우선의 대학발 ‘학점 인플레’ 우려에 대해 “우선 대학을 믿겠다”는 시각이다. 이 팀장은 “당장 한두 번은 통할지라도 그렇게 입사한 인력들은 성과를 내지 못한다”며 “(제도를 악용하는 행위는) 기업과 대학 간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라 강조했다.

◇채용제도 개편 Q&A

Q. 경영지원·영업직 지원자의 ‘직무 에세이’는 어떻게 평가하나.

A. 평소 직무에 다양한 관심을 갖고 얼마나 준비했는지 작성해 제출하면 된다. 단순히 글 실력을 보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콘텐츠는 면접에서 모두 드러나기 때문이다.

Q. 창의성 면접은 무엇인가.

A. 영업직을 예로 들면 1박 2일, 종일 면접 등이 있다. 기존 하루짜리 실무·임원 면접뿐만 아니라 심층적인 지원자 관찰을 통해 더욱 자세하게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Q. 서류전형의 부활 아닌가.

A. 일반적인 자기소개서는 성장과정, 입사동기를 요구하지만, 삼성의 개편안은 직무능력만 평가한다. 대학, 성별 등 직무와 연관성 없는 내용으로 전혀 차별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서류전형이라기보다 직무능력 평가 강화가 맞다.

Q. 삼성컨버전스소프트웨어아카데미(SCSA, 인문계 전공자들에게 SW 직군 문호를 개방한 전형) 지원자에 대한 전형에도 변화가 있는가.

A. 아니다. 인문계는 전공에 상관없이 진행되므로, SCSA 지원자는 직무 에세이를 쓰고 합격자에 한해 SSAT에 응시한다. 경영지원·영업직 등 기타 인문계 전형과 동일하다.

Q. 4급(고졸 채용) 채용에도 이 같은 변화 있나.

A. 현재 검토 중이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