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음원가격 시장 자율에 맡기는 방안 추진…이해 관계자 충돌 예고

정부가 음원가격 결정 과정에서 손을 떼고 시장에 가격 결정권을 넘기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 승인으로 정해졌던 음원 가격을 민간 자율로 정하면 소비자 가격 변화가 전망된다. 또 민간 자율 결정권을 두고 저작권 단체, 실연자, 소비자 등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여지도 적지 않아 파장이 예상된다.

5일 정부와 음악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저작권사용료 결정방식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업계와 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한 가운데 네 차례 회의를 가진 바 있는 문화부는 각계 의견을 추가로 수렴해 가격결정권 민간이양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오영우 문화부 저작권정책관은 “문화부 승인 과정을 거쳐 결정했던 저작권사용료를 민간 자율로 하는 것을 포함해 개선방안을 검토 중인 것은 맞다”며 “어느 쪽으로 결론 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음원가격의 결정 기준이 되는 저작권 사용료는 그동안 음악업계 권리를 위임받은 음악신탁 세 단체가 저작권 사용료 조정을 문화부에 요청하면 이해 관계자 의견수렴과 한국저작권위원회의 내용 심의를 거친 후 문화부 장관이 이를 승인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지난해부터 적용된 다운로드 1곡당 360원, 스트리밍 회당 3.6원 등의 저작권 사용료와 배분비율이 이 같은 절차를 거쳐 결정됐다.

문화부가 저작권사용료 결정방식 재편에 나선 데는 현재 음악 가격 결정방식이 음악 시장에서 스트리밍, 라디오서비스 등 신규 서비스에 대응하지 못하고, 창작자의 요구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나오기 때문이다.

문화부는 업계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만큼 업계 의견을 적극 수렴해 연말께 이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저작권 사용료 결정을 민간에 이양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면서 이해 관계자 간 견해도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음악신탁단체는 음원가격을 당장 시장에 맡기면 소비자나 산업에 큰 혼란을 줄 것으로 우려했다.

음악실연자연합회 관계자는 “가격을 시장에 일임하면 힘 있는 기획사나 서비스사업자에 유리한 조건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당초 기대했던 창작자 처우 개선이나 소비자 가격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방향과 맞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나 창작자 모두 시장 가격 형성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가격승인제와 신탁제도를 둔 것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독과점이나 우월적 지위를 통제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가격결정권을 시장에 맡기면 분쟁과 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다른 음악신탁단체 관계자는 “미국이나 영국, 캐나다, 일본 등도 각각 서로 다른 저작권 사용료 결정방식을 갖고 있다”며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는 시장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최소한의 정부 가이드라인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에 사용료승인제가 폐지되면 당장 혼란이 있지만 점차 정상화될 것이란 견해도 있다. 김병찬 플럭서스뮤직 대표는 “문화부의 저작권 사용료 승인제가 시작된 것은 음원 불법 다운로드가 기승을 부리던 2000년의 일”이라며 “시대상황이 급변했는데도 정부가 음악시장 사업자 간 저작권 사용료와 배분율, 할인율까지 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음원 가격은 소비자와 생산자 그리고 유통사업자가 머리를 맞대고 시장에서 고민할 일”이라며 “시장에 가격 결정을 넘기는 것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용 경희대 경영대 교수도 “서비스나 상품 가격은 시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아이튠스 같은 새로운 서비스의 국내 진입을 막거나 K팝 등 국내 음악의 해외시장 진출을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스트리밍 시장을 예로 들며 “음악도 소비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게 정상인데 정부가 정액제 등으로 규제 틀을 만들면 시장은 왜곡되게 마련”이라며 “시장 발전을 위해 점진적으로라도 음원가격을 시장에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가격에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석현 YMCA 시민사회운동본부 간사는 “현재 가격 결정구조는 소비자 의견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제도를 유지하든 바꾸든 소비자의 의견이 담긴 지표가 가격결정에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