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한전, ‘에너지 신산업’ 창출형 조직으로 바꾼다

[이슈분석]한전, ‘에너지 신산업’ 창출형 조직으로 바꾼다

나주 시대를 맞는 한국전력의 조직개편 핵심은 관리형 공기업에서 신산업 창출형 조직으로의 전환이다.

그동안 송변배전 인프라 관리 중심에서 스마트그리드와 신재생에너지 기반 마이크로그리드(독립형전력망), 전기차 충전인프라 등 글로벌 최신 트렌드를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그리드 보급 사업과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 사업을 전담해 온 신성장동력본부와 본부 내 SG&ESS처를 강화해 산업창출형 조직으로 키울 방침이다. 한전이 이달 발표 예정인 조직개편에는 배전계획처의 전기차 충전인프라팀과 전력계통본부 신재생실이 신성장동력본부 SG&ESS처로 흡수된다. 여기에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신산업과 신설에 따른 소통 일원화를 위해 전담 부서가 신성장동력본부 내로 들어선다. 정부 규제 및 지원 정책에 신속하게 대응하면서 산업 육성에 초점을 두겠다는 포석이다.

기존 스마트그리드와 ESS뿐 아니라, 전기차 충전인프라와 마이크로그리드, FR용 ESS 분야가 시범 사업 수준에서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이들 에너지 신산업모델을 국내 현장에 적용하는 것은 물론 중소·대기업의 수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주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한전이 추진하는 신산업 중 FR용 ESS 구축 사업에 관심이 집중된다. 한전은 올해 52㎿급 FR용 ESS를 시작으로 오는 2017년까지 6250억원을 투입해 총 500㎿ 규모의 ESS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는 기존 석탄·LNG 발전원 등이 주도했던 국내 FR 시장의 약 40% 수준으로 연간 약 3200억원의 전력 구입 비용 절감과 국내 기업의 해외 수출형 모델 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최근 한전은 북미를 중심으로 글로벌 FR용 ESS 시장이 활발해짐에 따라 사업 시기를 앞당기거나, 규모를 늘리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마이크로그리드 기반 에너지 자립섬 사업도 활기를 띌 전망이다. 전력계통본부 내 신재생실을 흡수한데다, 올해 다수의 시범사업이 성공적인 궤도에 올랐기 때문이다. 한전은 전기 생산 비용이 가장 비싼 울릉도를 신재생에너지와 ESS 중심의 에너지 자립섬으로 바꾸는 것을 시작으로 전국 도서 지역에 이 같은 모델을 적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민간 주도형 사업자를 선정해 발전부터 전력 판매까지 사업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논의 중으로 알려졌다. 사업성을 입증시킨 후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한전과 민간은 올해 사업비 1700억원을 투입해 울릉도에 운영 중인 디젤발전기(18.5㎿)와 수력발전기(0.7㎿)를 풍력(9.7㎿)·태양광(1㎿)·수력(1.5㎿)과 함께 30㎿급 ESS로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1단계 사업을 마친 상태다. 마이크로그리드는 기존 광역 전력시스템과 달리 분산 전원의 독립형 전력망으로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원과 ESS가 융합된 차세대 전력 체계다. 이 때문에 국가 전력망이 닿지 않는 도서지역이나 오지·사막지역이 있는 여러 국가에서 마이크로그리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전이 오는 2020년까지 1조7000억원을 투입해 전국 2194만 가구에 구축하는 스마트그리드 원격검침인프라(AMI) 사업도 개선될 전망이다. SG&ESS처는 최근 정보기술처가 전담해온 AMI 구축 사업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글로벌 수준의 다양한 유무선 통신 방식을 채택하는 검증 사업을 추진한다. 성능 저하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AMI 구축사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전은 최적화된 통신 방식을 정한 후 내년 200만가구 대상 AMI 구축 사업부터 이를 반영할 계획이다.

한전 고위 관계자는 “이번 조직 개편은 지금까지 전력망 관리형 중심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에너지 신산업 창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우리 전력망의 고도화, 스마트그리드화는 물론 해외 수출형 모델 만들기에 적극 동참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이 추진 중인 에너지 신사업 분야 사업 현황>


한국전력이 추진 중인 에너지 신사업 분야 사업 현황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