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통일 25주년, 베를린은 IT 허브로 변모 중

과거 냉전시대의 상징이던 베를린이 신흥 IT 허브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9일로 동서를 나누던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지 25년 만이다.

닛케이산업신문은 통일 25주년을 맞은 베를린에 유망 IT 스타트업, 벤처캐피털(VC) 등이 모이며 유럽의 새로운 IT 도시로 부상하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독일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자리에 창고를 개조한 벤처 센터 ‘더팩토리’를 세우는 등 IT 벤처를 흡수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과거 동독 정부가 외부 인사들의 환영에 쓰던 동베를린의 한 빌딩에는 유망 VC 업체 ‘로켓인터넷’이 입주했다. 가능성 있는 IT 벤처 기업에 투자를 하며 독일 벤처 기업의 상징이자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달 실시한 주식공개(IPO)에서는 시가총액 67억유로(약 9조7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회사는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고 독일 등 다른 국가의 유망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전 세계 VC 자금 중 80%가 미국과 중국에 집중되고 있어 이 밖에 시장에서 더 큰 가능성을 찾겠다는 것이다.

과거 동독 출신 안드레아스 비니아루스키 로켓인터넷 대변인은 “(통일 이후) 동독의 젊은 세대가 구 서독과 다른 도시로 이주했다”며 “(각국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베를린 본사는 독일의 희망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로켓인터넷에는 이스라엘 등 세계 68개국에서 모인 350명의 젊은이들이 근무한다.

베를린에 많은 IT 스타트업이 몰리고 있는 것은 싼 부동산 등 물가에다 기업 운영부터 인력 조달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에 인디밴드부터 일반인들에 이르기까지 음악을 자유롭게 공유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스웨덴 음악 스트리밍 업체 ‘사운드 클라우드’도 베를린에 둥지를 틀었다. 세계 상위권 모바일 게임 개발 벤처기업 ‘우가’, 파이어폭스로 유명한 ‘모질라’ 등도 베를린에 위치해 있다.

베를린은 든든한 후원자도 갖췄다. 세계적인 IT 기업 SAP의 공동창업자 하소 플래트는 사재를 털어 베를린 근교 포츠담에 기업가 양성을 위한 학교를 설립했다. 그는 “실리콘밸리만이 답은 아니다”라며 벤처 업계를 후원하고 있다.

로켓 인터넷 대변인은 IT 허브로 성장하고 있는 베를린에 대해 “상식이 깨지지 않는다면 세계를 주름잡는 인터넷 기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