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방송장비업체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던 국내 초고화질(UHD) 방송장비 업계가 새로운 활로를 찾았다.
IPTV, 위성방송 등 UHD 상용서비스를 개시한 유료방송 사업자가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한 국산 방송 장비를 잇따라 자체 송출 시스템에 도입하거나 공동 개발에 나서면서 대규모 수요처로 급부상했다.
UHD 방송장비 업계는 국내 유료방송 시장에서 인정받은 품질을 무기로 향후 세계 시장을 개척할 방침이다.
9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KT, LG유플러스, KT스카이라이프 등 UHD 전용 채널·서비스를 선보인 유료방송 사업자는 실시간 고효율 압축 코딩(HEVC) 인코더를 도입하기 위해 국내 방송장비 업체와 제품 공급을 협의하고 있다.
한 UHD 방송장비 업체 관계자는 “고객사를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IPTV사업자 한 곳에 UHD 4K 인코더를 공급하기로 했다”며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사업자와 UHD 압축 솔루션 판매를 놓고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지상파 방송의 UHD 실험방송에 국산 실시간 HEVC 인코더가 활용된 사례가 있지만 UHD 상용 서비스에 국산 장비가 투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에서 상용화할 수 있는 HEVC 인코딩 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씬멀티미디어, 픽스트리, 카이미디어 정도다.
UHD 시장이 개화하면서 인코더 등 신규 방송장비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국내 방송사의 국산 방송장비 도입은 미미한 수준이다. 글로벌 제품보다 제품 신뢰성, 사후서비스(AS), 호환성 등이 취약하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방송사는 통상 송출 시스템을 한꺼번에 구매하는 턴키(Turn-Key) 방식을 선호해 단품 위주 국산 제품은 시장 진입이 어렵다”며 “UHD 실험방송 등에서 해외 장비와 대등한 품질을 인정받으면서 국산 방송장비에 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UHD 방송장비 업계는 향후 해외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UHD 서비스를 제공하는 OTT(Over The Top), 스트리밍 서비스 등이 등장한 유럽·미국 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계획이다.
픽스트리 관계자는 “국내 유료방송사업자와 공동 개발한 HEVC 인코더를 내년 국제방송장비전시회(NAB)에서 공개하고 이르면 상반기 상용화할 계획”이라며 “다양한 UHD 서비스를 선보인 미국, 유럽을 대상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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