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창원지법의 신선한 ICT 실험

창원 지방법원이 사법행정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보수적인 법조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그 좋은 인프라를 갖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우리나라 ICT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지 방향까지 제시했다.

창원지법의 ICT 활용은 한계가 없을 정도다. 법관과 직원이 프레젠테이션 소프트웨어(SW)는 기본이며 스마트폰 음성인식 기능까지 업무에 활용한다. 공개 프로그램을 활용해 자료를 관리하며 스마트폰 대화방을 개설해 직원 간 정보를 공유하고 의사결정에도 활용한다. 지역 주민과 적극 소통해 높은 법원 문턱도 낮췄다. 큰 돈 들이지 않았다.

변화는 지난 2월 강민구 법원장이 부임하면서 본격화했다. 강 법원장은 30년 전부터 컴퓨터를 활용하기 시작한 ‘고수’다. 새 기술이나 기기, SW가 나오자마자 써보고 활용법을 고민하는 ‘얼리 어댑터’다. 그는 다른 사람도 이렇게 바꿔놓았다. 한 달에 한두 번씩 내·외부 전문가 강의와 토론으로 ICT를 활용하면서 얻는 이익을 직원에게 일러줘 직원 스스로 업무에 적극 활용하도록 만들었다. 창원지법은 ICT를 아는 사람이 수장이 될 때 그 조직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좋은 사례다. 어느 조직이든 ICT 활용은 그 수장의 의지가 강할 때 극대화한다.

불행하게도 정부부처든 기업이든 우리 사회 수많은 조직 수장이 ICT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래서 전사적으로 이뤄져야 할 ICT 도입과 활용이 제한적으로 이뤄지며 되레 거추장스러운 일로 치부되는 일까지 생긴다. 우리나라가 ICT인프라 강국이면서도 활용도면에서는 부끄러운 수준에 머무는 것도 바로 여기에서 비롯한다.

수장이 모두 ICT전문가여야 한다는 게 아니다. 개념을 이해할 정도면 된다. 이도 어렵다면 잘 아는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정보사회 고도화로 디지털 기술 활용은 이미 기본 중의 기본 업무가 됐다. 이를 인식한 수장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 ICT 활용지수와 삶의 질이 높아진다. 다른 지역과 분야에서도 제2, 제3의 창원지법 ICT 실험이 등장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