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윤 작가의 아틸라, The 신라 제66회

하지윤 작가의 아틸라, The 신라 제66회

10. 이미 오래된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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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눌지는 몸을 피하지 않았다. 신라의 자존심인양 무척 당당했다. 쿵쿵 소리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눌지는 묵직하고 둔탁한 소리를 직접 찾아보았다. 몇 걸음 옮겼을까? 그의 머리 위로 후두둑 우루루 쿵쿵 댓잎파리들이 쏟아져내렸다. 눌지는 댓잎파리의 역사의 무게에 못이겨 앞으로 엎어졌다. 그는 일어나려고 무진 애를 썼다. 끙 힘을 다했다. 그러나 댓잎파리의 역사의 무게는 천근만근이었다. 그래도 눌지는 무게를 떨치고 일어났다.

“나는 신라다.”

그는 기함을 토했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 댓잎귀걸이 무사들이 홀연히 나타났다.

“아...”

댓잎귀걸이 무사들은 무릎을 굻었다.

“신라 천년 제국을 위해 이렇게 인사드립니다.”

왕 눌지는 당장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훈의 왕족이신 투후 김일제의 후손이시고 신라 김씨의 시조이신 김알지의 후손이신 왕 눌지께서 신라 천 년의 꿈을 이루어주십시오. 왕 눌지를 위해 저희의 운명을 바칩니다.”

왕 눌지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그들은 다가간 그만큼 뒤로 물러났다.

“모든 것이 신라로 돌아올 것입니다. 모든 것은 신라에서 완성될 것입니다.”

순간 그들은 사라졌다. 다시 댓잎파리들이 후두둑 우루루 쿵쿵 쏟아졌다.

왕 눌지가 손사래를 치며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 미사흔이 돌아온다는 것인가?”

왕 눌지의 얼굴을 사색이 되어있었다.



아에테우스는 용서할 수 없는 모멸감에 부르르 떨었다. 로마의 수호자로 살아온 평생의 순수가 짓밟힌 것이다. 이 순수는 절대 호전적인 것이 아니었다.

“이번에 아틸라를 치지 않은걸 로마는 평생 후회하게 될 것이다. 아니지. 멸망하고 말 것이다. 지상의 역사를 바꿀 기회를 놓친 것이다. 나를 버리고 그깟 교황 나부래기를 특사로 보내다니? 플라키디아. 발렌티니아누스, 너희가 나를 이렇게 죽이려하지만 나는 안죽을거다. 절대 안죽을거다.”

그의 사위인 트라우스티아는 이미 복수의 칼을 갈고 있는 역모였다.

“분명히 죽이려할겁니다. 조심해야합니다. 아니면 먼저 공격할까요?”

“걱정말아라. 내 아들이 발렌티니아누스 황제의 딸과 약혼한 사이다. 또 로마의 수호자를 죽일 경우, 로마 시민들이 그들을 가만두지 않을것이다. 그렇게 쉽지 않다.”

아에테우스는 아직 순수를 버리지 못했지만 트라우스티아는 달랐다.

“그 약혼 때문에 더욱 의심하는 듯 합니다. 아들을 황제롤 세우려는 음모라고 생각하고 있을게 뻔합니다.”

순간 아에테우스의 얼굴이 경직되었다. 그는 고래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난 평생을 로마의 수호자로 살았다. 내가 곧 로마다.’

아에테우스는 어지러웠다. 자꾸 흔들렸다.

“그들이 협상하려 들겁니다.”

에르낙이 조용히 읊조렸다. 그의 말투는 늘 이랬다. 중요한 일도 중요하지 않은 듯이 말했다.

“어떤 협상도 소용없다. 난 로마의 공주를 아내로 맞았고 그녀가 약속한 지참금을 받아야한다. 그게 우리의 전쟁 명목이다.”

아틸라는 투박하리만치 단호했다.

“오로지 로마에 매달리면 검은 숲의 게르만족들이 로마쪽으로 밀려내려올 것이 뻔합니다. 로마는 상징일 뿐입니다.”

에르낙은 벌써 몇 수 앞을 보고있었다.

“그래서 로마의 생각을 들어볼 생각이다. 어차피 로마는 우리 것이다.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아틸라의 것이다.”

에르낙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오에스테스가 급히 들어섰다. 그의 목소리는 알기 힘든 모반으로 꽤 들떠있었다.

“그들이 만나자고 합니다.”

아틸라와 에르낙은 서로 쳐다보았다. 기다리고 있던 전갈이었다.

“밀라노에서 만나자고 합니다.”

에르낙은 몹시 언짢았다. 훈의 자존심이었다.

“장소는 아틸라님이 정하십니다. 우리가 그들이 정한 곳으로 갈 수 없습니다. 함정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오에스테스는 뜨금했다. 하지만 들키지 않을 정도로 영악했다. 그는 오랫동안 아틸라의 비서 역할을 했고 주변 부족의 정세에 밝았다.

“장소를 내가 정하겠다. 나는 절대 말에서 내리지 않을것이다. 아틸라 더 훈은 말에서 내리지 않는다.”

둥둥 둥둥

글 소설가 하지윤 lif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