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0일부터 부산에서 3주간 펼쳐진 2014 ITU 전권회의가 마무리됐다. 20년 만에 아시아에서 개최됐다는 의미도 컸지만 표준화총국장을 배출하고 사물인터넷(IoT) 관련 의제를 비롯해 우리나라가 주도한 의제가 모두 결의로 채택되는 등 개최국으로서 성과도 컸다.
전권회의 기간 중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차세대이동통신 ‘5세대(5G)’였다. 회의 첫날부터 5G 관련 국제적 협력을 다지는 ‘5G 글로벌 서밋’이 열렸다. 같은 날 개막한 ‘월드IT쇼(WIS) 2014’에서도 우리나라 통신사와 제조사가 개발 중인 5G 기술을 시연해 주목받았다.
5G 이동통신은 한창 서비스 중인 LTE와 같은 4세대(4G) 이동통신의 다음 세대 기술로 2020년께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5G의 기술적 요구조건이 확립되지는 않았지만 LTE의 200배에서 1000배 수준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실현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회의 기간 중 우리 기업 시연한 전송속도는 3.7Gbps로, 현재 LTE 속도의 수십배에 달했다.
세계 각국도 연구개발과 표준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에 나섰다. 유럽은 자동차 기업과 통신사 등이 연합해 5G 기술개발 프로젝트인 ‘METIS 2020’을 2012년부터 가동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IMT 2020 조직을 만들어 기술 개발에 나섰다. 일본도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5G 기술을 적용한다는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5G 기술 개발을 서두르는 것은 5G 서비스가 실현되면 지금과는 한 차원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빠른 전송속도로 초고화질(UHD) 동영상을 빠르고 쉽게 주고받을 수 있고, 실시간으로 로봇을 제어하며 3차원 영상을 통해 실제와 같은 대화를 할 수 있는 홀로그램 회의까지도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인자동차나 IoT 같은 분야들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수많은 기기 간에 정보 전달과 제어가 즉각적이면서도 신뢰성 있게 이뤄질 것이다.
이처럼 5G가 실현되면 ICT 분야는 물론이고 여러 산업 분야와 사회 전반에 그야말로 혁신적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세계 최초로 2세대와 3세대 이동통신을 상용화했고, 지금은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 품질을 자랑한다. 5G 개발도 앞서나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향후 5G 분야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함께 발전해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다.
5G가 적용되는 때엔 일반 소비자뿐 아니라 자동차나 가전제품을 비롯해 다양한 기기들이 연결되는 세상이 될 것이기 때문에 협업해야 할 산업분야가 지금보다 훨씬 넓어진다. 해당 기술의 개발과 표준화만이 아니라 폭넓은 여타 분야와의 협업을 이끌어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우리는 이미 4세대 와이브로(WiBro)를 세계표준으로 만들었음에도 대중화까지 이르지 못했던 쓰지만 소중한 경험을 갖고 있다. 기술 자체는 나무랄 데 없었지만,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저조했고 적합한 단말기도 수급되지 못했다. 이 같은 교훈을 발판삼아 5G 분야에서는 기술 표준화는 물론이고 관련 산업이 뒷받침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정부는 다양한 생태계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고, 각 산업계에서는 5G 기술과 함께 진화할 수 있도록 긴밀한 협업을 이뤄야 할 것이다. 2014 ITU 전권회의의 성공적 개최로 한껏 고조된 ICT 위상이 차세대 이동통신에서도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설정선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상근부회장 12jss@kto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