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되고 제일 먼저 한 일이요? 아내가 쓰던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부터 뺏은 겁니다.”
지난해 말 ‘위기의 블랙베리호’에 선장으로 올라 탄 존 첸(60).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취임 1주년 인터뷰에서 존 첸 블랙베리 회장 겸 CEO은 “취임 직후 한 연회에 갔다. 그 때 아내가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을 꺼냈다. 주위 사람들이 의아해 했다. 집에 돌아와, ‘블랙베리 쓰라’ 했다. 아내는 ‘갤럭시가 더 좋다’ 하더라. 그래서 압수하다시피 뺏었다”고 말했다.
FT 취재진이 “(아내가) 지금도 몰래 쓰고 있는 건 아니냐”고 묻자, 첸 회장은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는 법”이라고 받아 넘겼다.
“람보르기니 몰아 보셨나요. 계기판도 복잡하고 작동법도 어렵죠. 하지만 한번 익숙해지면, 다른 차 못탑니다.”
직관적인 애플이나 삼성 폰과 달리, 블랙베리는 조작이 어렵다는 게 고객들의 가장 큰 불만이다. 첸 회장의 아내도 그랬단다. 하지만, 일단 써보면 블랙베리의 매력에 푹 빠진다. 갤럭시나 아이폰이 장난감처럼 보일 정도라는 게 첸 회장의 설명이다.
꼭 1년전인 지난해 11월, 그가 블랙베리호에 승선할 때만해도 회사는 만신창이였다. 지난 2008년, 전세계 스마트폰 5대 중 1대는 블랙베리였다. 당시 이 회사의 시장가치는 550억 달러로, 지금의 10배에 달했다. 현재 블랙베리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1% 미만이다.
문제점에 대한 그의 진단은 ‘기업 고객 홀대’였다. 처방은 4500명의 직원을 내보내며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부터 시작했다. 힘들었지만 존폐의 기로에서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는 게 그의 술회다.
“회사를 다시 돌려놓으려면 멀었습니다. 진짜로 힘든 때는 아직 오지도 않았어요.”
그는 ‘턴어라운드’의 귀재다. 지난 1997년 모두가 회생 불가를 주장하던 사이베이스의 회장직을 맡아, 모바일과 태블릿에 집중한 끝에 회생에 성공했다. 결국 2010년 SAP에 58억 달러를 받고 팔았다. 그가 처음 이 회사를 맡을 때보다 6배 이상의 가치를 받고 매각한 것이다.
첸 회장은 블랙베리만의 장점으로 ‘독특한 키보드’와 ‘강력한 보안성’을 꼽는다. 지난달 출시된 정사각형 스마트폰 ‘블랙베리 패스포트’의 특이한 화면 역시 스프레드시트 등 문서 작업이 빈번한 기업 고객을 위해 특화시킨 디자인이다.
또 다른 신제품(블랙베리 클래식)도 내달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이 회사의 주가는 1년 전 대비 50% 이상 상승한 상태다.
▲존 첸 블랙베리 CEO 약력
-1955년 7월 1일 홍콩생
-미 브라운대 전자공학 전공·캘리포니아공대 대학원 전자공학과 졸업
-1979~1990 버러우스(현 유니시스)에 엔지니어로 입사, 부사장까지 역임
-1991~1995 피라미드 테크놀로지 사장
-1995~1997 지멘스 피라미드 회장 겸 CEO
-1997~2012 사이베이스 회장 겸 CEO
-2013.12~현 블랙베리 회장 겸 CEO
-슬하에 1남3녀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