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업계는 한중 FTA 타결을 대체로 환영했다. 상당한 수혜까지는 아니어도 세계 최대 시장의 빗장이 풀려 종전보다 많은 사업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일부 분야에서는 여전한 중국의 비관세장벽, 저가공세 등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요 업계별 반응과 전망을 들어봤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제한적 기대’
한중 FTA로 국내 반도체 업계는 직접적 관세 철폐 효과보다는 교역량 증대라는 제한적 기대를 하고 있다. 반도체는 이미 무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현지에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만큼 관세가 낮아지는 등의 직접적 수혜는 거의 없다는 관측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업체 반도체 생산 거점이 이미 중국에 진출해 있어서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며 “수출 인프라가 좋아지고 전반적 교역량이 증가하는 것을 계기로 이익을 극대화할 전략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반도체가 국내 업계를 위협할 가능성도 그리 높지는 않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메모리 산업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고 중국은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위주로 산업을 키워왔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현재 5.0% 수준인 관세 인하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중 FTA가 타결됐지만 디스플레이 산업에서의 관세 인하율이나 관세 조정시기 등은 아직까지 구체화되지 않았다. 전자부품이나 반도체 장비 등의 중소기업 영역에서는 중국산 제품의 저가공세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TV·가전업계 “실보다 득 많다”
TV·가전시장에서 우리나라와 중국 모두 자국 기업이 절대적 강세다. 여기에 국내 대기업은 이미 중국에 생산라인을 갖춰 한중 FTA의 효과는 크지 않다.
하지만 중소형가전 업계는 다르다. 요우커족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전기밥솥과 믹서 그리고 의료기기 등 웰빙제품은 상당한 수혜가 기대된다. 중국 내에서 경쟁 대상국인 일본·미국·대만·독일 등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도 FTA의 간접 혜택을 기대한다. 한국 제품에 대한 인식 개선과 함께 수출입 인프라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제품의 한국시장 공략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게 업계 반응이다. 국내에 법인 형태로 들어온 가전사는 하이얼코리아, 화웨이코리아 정도다. 중국 브랜드의 부족한 AS망, 낮은 브랜드 인지도, ‘메이드인 차이나’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 시장을 뚫는 데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자동차, 양허 대상서 제외…국내 업계, 현지화 가속 전망
한중 FTA 협상에서 자동차는 양국 모두의 양허 대상에서 제외됨에 따라 국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 업체의 생산 현지화 전략이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번 협상에서 자동차가 양허 대상에서 빠진 것은 중국 현지 생산이 많은 국내 기업의 현실이 작용했다. FTA가 체결되더라도 중국으로 수출되는 완성차 물량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또 완성차 관세가 철폐되면 도요타, GM, 폴크스바겐 등이 중국에서 생산한 자동차가 국내로 유입될 것이라는 업계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도 자동차를 최우선 보호(초민감) 업종에 포함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만큼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자동차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되면 중국 수출 물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고급차 수출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업계에 타격을 줄 것을 우려해왔다.
◇콘텐츠·인터넷 업계 “비관세 장벽 철폐가 최우선 과제”
국내 콘텐츠 업계는 한중 FTA로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기대감을 내비쳤다. 인터넷과 콘텐츠 등 서비스 영역은 우리 시장은 중국 업체에 장벽이 없었다. 반면에 국내 기업의 중국 진출은 곳곳에서 막혔다. 카카오톡와 라인의 중국서비스가 규제 영향으로 막혔고 영화와 방송용 콘텐츠 역시 진입이 쉽지 않은 상태다.
콘텐츠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기업과 자본이 무섭게 한국 시장에 침투에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 콘텐츠와 인터넷 업체는 중국 비관세 규제에 묶여 중국 사업을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실정”이라며 “서비스 면에서도 중국 정부의 비관세 장벽을 얼마나 양보하는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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