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양날의 `모멘텀`

[기자수첩]양날의 `모멘텀`

정부가 예상한 대로, 또는 희망한 대로 10일 오전 한중 정상회담에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졌다.

이날 타결 소식이 갑작스러운 얘기로 들리지 않은 것은 앞서 마련된 협상의 ‘모멘텀’ 때문이다. FTA 협상은 총성만 울리지 않을 뿐 상대국과의 전쟁이나 마찬가지다. 이익은 늘리고, 피해는 줄이기 위해 치열한 협상이 반복된다. 양쪽이 100% 만족하는 결론은 어차피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비공식적이라도 시한과 목표를 정해놓지 않으면 타결에 이르기 힘든 게 FTA다.

그런 점에서 한중 FTA의 이른바 ‘모멘텀’ 만들기는 잘 짜여졌다. 앞서 양국 정상이 여러 차례 만나며 타결 의지를 공유했고, 지난 7월 회담에서는 ‘연내 타결’이라는 목표까지 제시했다. 마침 11월 중국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도 모멘텀을 조성하는 데 안성맞춤이었다.

문제는 모멘텀의 부작용이다. 모멘텀은 지루한 싸움을 끝내는 중요한 계기가 되지만 한편으로는 위험부담을 수반한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협상을 재촉하면서 속 내용이 부실해질 공산도 있다.

중국 현지화가 진행된 자동차·LCD 산업의 공세적 이익을 꾀하기보다는 농수축산물 분야의 우려를 최대한 반영했다는 정부의 설명이 아쉽게 느껴진다. ‘지킬 것은 지킨다’는 원칙이었겠지만 세계 최대 시장 중국을 상대로 주력 수출산업의 혜택을 극대화하지 못한 것은 ‘얻을 것을 얻지 못했다’는 점에서 분명 감점 요인이다.

게다가 지금은 대한민국 제조업의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큰 시점이다. 생산시설을 현지화했다는 이유로 FTA 우선 순위에서 배제된다면 국내 대기업의 선택은 지속적인 해외 투자 확대뿐이다. 자연스레 한국의 제조 기반은 계속 약화될 것이다.

모멘텀이 가진 양날 중에서 이미 한쪽은 협상 타결이라는 유리한 방향으로 쓰였다. 남은 한쪽이 반대의 평가를 받지 않으려면 주력 제조업의 아쉬움을 상쇄할 후속 조치가 필수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