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되면서 양국 관계는 한 단계 더 도약하게 됐다. 경제 협력부터 정치·외교 협력, 민간교류까지 더 긴밀해지게 됐다. 무엇보다 세계 최대 중국 시장이 우리나라에게만 문을 활짝 열었다. 양국이 사실상 하나의 시장으로 합쳐지게 됐다. 가전을 포함한 정보통신기술(ICT)제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전통 제조업, IT서비스, 금융, 건설. 의료, 호텔 등 서비스까지 모든 산업에게 기회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에게만 유리할 것이라고 여긴다면 오산이다. 양국이 FTA 타결까지 고작 30개월만이다. 한국은 농업, 중국은 전통 제조업 타격을 걱정했다. 그런데 중국은 농업 분야까지 양보를 하며 타결에 적극적으로 나왔다. 이는 중국도 자국 기업과 산업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시장 개방이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전통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 기업은 한국 기업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한국이 비교 우위라는 ICT 제조업 역시 중국 샤오미 스마트폰 돌풍에서 보듯 낙관만 할 때는 지났다. 오히려 FTA로 인해 중국 제품이 한국 시장 전체를 싹쓸이 하는 상황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중국 여성에게 최고 인기라는 한국 화장품은 우리가 한중 FTA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를 보여준다. 화장품 업체들은 중국에서 생산하지 않고도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고 중국 여성 소비자 마음을 확 끈 마케팅으로 성공했다. 기술 연구 개발부터 영업·마케팅까지 중국 업체보다 우위를 지키는 기업만이 FTA 과실을 따먹을 수 있다. 생산 현지화도 단순히 물류와 관세 비용 감축만 겨냥한 시대는 끝났다. 소비자든 거래처 기업이든 중국 현지의 요구를 얼마나 빨리 충족시킬 수 있느냐가 중요하지 어디에서 생산하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
한중 FTA 타결은 한국 기업이 정말 중국 기업에 비해 비교우위를 갖고 있느냐고 묻는 시험이다. 우위를 유지하려면 더 치열한 혁신을 해야 한다는 요구다. 막연한 낙관론보다 우리 경쟁력을 차분히 되돌아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