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둘러싼 논란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합리적 근거보다는 막연한 추정과 오류 섞인 주장이 마치 진실인양 여론몰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단말기 가격이다. ‘미국이 우리보다 싸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단말기 가격만 놓고 보면 맞다. 아이폰6가 미국에선 21만원대, 우리나라에선 68만원대다. 미국은 보조금이 우리보다 많다. 그러나 통신요금으로 시각을 넓히면 사정은 달라진다. 우리나라에선 2기가바이트 데이터 요금제가 월 4만원대다. 약정에 따른 요금할인 덕분이다. 미국은 90달러, 9만원이 넘는다. 이 둘을 종합하면 어떨까. 2년 약정을 가정하면 단말기와 통신요금을 더한 총 통신비용은 미국 256만원, 우리나라 175만원 정도다. 81만원이나 한국이 싸다. 정말 단말기 가격만 가지고 이야기 하는 게 과연 합리적일까.
요금인가제도 비슷하다. 폐지를 논할 수는 있다. 한계를 가진 제도이고, 얼마든지 다른 제도로 대체될 수 있다. 그러려면 근거가 충분해야 한다. 그런데 폐지하고 시장에 맡기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주장’만 있다. 요금인가제를 폐지하면 정말 통신요금이 내려갈까. 통신 3사가 눈빛을 교환하고 요금을 올릴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내려간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1위 사업자가 과도하게 요금을 내리면 2위, 3위 사업자는 쫓아가기 바쁘다.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오로지 하나의 근거만으로 폐지하자, 반대로 유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이성보다 감성에 호소하는 선전 선동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단통법을 비판하는 것도 좋다. 단통법은 소비자 편익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ICT 생태계에도 일대 변화를 불러오는 중요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리적 비판이나 건설적 제안보다 프로파간다만 난무하는 지금의 상황은 위태위태하다. ‘아니면 말고’ 식의 비판이 결국 소비자와 ICT 산업 전체의 폐해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제발 장님 코끼리 만지 듯 “코끼리는 기둥이다, 아니다 부채다, 회초리다”라고 우기지 말고 이성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