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정부가 유치해 국내에서 연구개발(R&D) 활동을 하고 있는 해외 석학들은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교류 시도를 높게 평가했다. 글로벌 협력으로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극적인 홍보 등 해외 석학 유치 노력을 강화해야 하고 지속적인 협력이 가능하도록 후속 지원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과학 분야 국제 교류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해외 석학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11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해외 고급과학자 초빙사업(BP:Brain Pool) 종합워크숍’을 열고 BP 사업 참여 과학자들과 함께 좌담회를 진행했다.
◇참석자
야신 블라디미르 한국전기연구원 초빙과학자
제럴드 크럴릭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초빙과학자
마렉 미카일락 한양대학교 초빙과학자
고바 사미 올리비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초빙과학자
※사회=이동헌 전북대학교 화학과 교수
◇사회(이동헌 전북대 교수)=브레인풀 사업으로 해외 우수 연구자를 초빙해 공동연구를 진행한 지 20년 이상 됐다. 그동안 성과도 많이 거뒀다. 지속적인 국제 협력 연구를 위해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듣는 자리를 만들었다.
◇마렉 미카일락 한양대학교 초빙과학자=이전에도 한국에 몇 차례 단기 방문하긴 했는데 직접 살게 될지는 몰랐다. 서울에 사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다.
브레인풀 프로그램은 협력 연구를 하던 한국 박사를 통해 알게 됐다. 국제 교류가 가능한 프로그램이어서 좋은 것 같다. 과학은 글로벌 관점으로 봐야 우수한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과학 분야의 지속적인 교류가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브레인풀 사업이 좋은 모델이다.
◇제럴드 크럴릭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초빙과학자=한국에 온지 두 달 정도 됐다. 정재승 박사를 만난 것이 운이 좋았다. 세계화와 국제화가 진전되고 인터넷으로 세계 어디나 연결할 수 있지만 중요한 일을 위해서는 만나서 함께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학분야 연구도 마찬가지다. 과학자는 협력하면 더 의미있는 연구를 할 수 있다. 모든 종류의 협력과 소통, 교류가 중요하다.
미국은 글로벌 국가지만 타국의 상황을 고려한 지원이 부족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이런 협력 연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해서 놀랐다. 와서 보니 한국 학생들의 수준도 상당히 높았다.
◇야신 블라디미르 한국전기연구원 초빙과학자=한국의 친구 소개로 브레인풀 사업을 알게 됐다. 생각했던 것보다 한국 연구원의 수준이 높고 기술 역시 발전해 있었다. 산과 바다 같은 자연도 인상적이다. 그리고 오래된 문화와 첨단 기술이 공존하는 퓨전 문화도 한국의 특징이다.
◇고바 사미 올리비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초빙과학자=스위스에서 왔는데 부인이 국제관계 분야에서 일하는 한국인이어서 브레인풀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이전에도 한국 과학자들과 협력하는 일을 했었다. KIST에서 연구와 생활적인 측면에서 잘 도와줘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다.
◇사회=한국에서 생활하려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점들이 불편한가.
◇마렉 미카일락=사실 적응은 크게 문제없다. 한양대가 글로벌 수준의 대학이고 연구실 시설 등도 훌륭하다. 다만 굳이 꼽자면 언어가 큰 고충이다. 편리한 교통, 친근한 사람들, 안전한 환경 등 다 좋지만 일상에서의 소통은 어렵다. 그렇지만 캐나다에 있을 때보다 다른 업무에 방해받지 않고 협력과 연구개발(R&D)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다.
◇제럴드 크럴릭=역시 언어는 문제이긴 하다. 영어를 기본으로 사용하는 KAIST에서도 장벽같이 작용한다. 하지만 KAIST에서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수업을 제공하고 있어 도움이 된다. 한가지 더 얘기하면 돈도 문제다. 생활비나 주거비 등이 많이 들어가는데 미국에 있을 때보다 급여가 좀 더 내려갔다. 협력 연구를 하는 것은 좋지만 급여 차이가 있어서 장기적으로 한국에 머물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해외 과학자가 본국에서 받던 급여와 한국 급여를 매칭할 필요가 있다.
◇야신 블라디미르=한국 생활이 전반적으로 편하지만 언어가 역시 문제다. 한국어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방법을 찾기 어렵다. 연구실에서야 러시아어와 영어로 소통에 문제가 없지만 일상생활에서 대화가 안되는 것이 문제다.
◇사회=브레인풀 사업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들이 많을 것 같다. 특히 문제라고 생각하거나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말해 달라.
◇제럴드 크럴릭=국제 협력이 잘 진전되고 성과도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 과학자와 매칭 형태로 운영하다 보니 한국 과학자를 개인적으로 알아야만 해외 과학자가 참여할 기회가 생긴다. 이것은 사업에 제한이 될 수 있다. 함께 연구할 사람들을 알 수 없으니 많은 해외 과학자가 들어오기 어려워 보인다.
우수 과학자들이 더 많이 사업을 알 수 있도록 홍보를 확대해야 한다. 협력 연구를 원하는 분야와 연구자 등을 소개하는 웹사이트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이 사이트를 이용해 신청하고 들어올 수 있도록 하면 될 것 같다. 중국은 정부가 네이처와 같은 국제 저널에 정부 과제나 협력 연구 광고를 많이 한다. 그래서 해외 과학자들도 중국에서 어떤 연구가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마렉 미카일락=3개월 코스로 한국에 와 있다. 이전에 캐나다에 있을 때도 한국과 시차가 있음에도 수년간 성공적으로 협력해왔다. 결과도 좋았고 논문 발표 등 성과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만나니 협력이 더 빠르게 진전됐다. 앞으로도 이렇게 만나서 협력 연구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3개월도 소중하지만 무언가를 이루기에는 짧은 기간이다. 연구에서 지속적 성과를 만들려면 6주 같은 단기 일정이라도 좋으니 다시 들어와서 공동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브레인풀 과제 종료 후 매년 또는 격년으로 후속 방문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 어떨까 싶다.
◇고바 사미 올리비에=저는 2년 계획으로 한국에 왔고 실질적인 차원의 목표가 있다. 그런데 이후에도 한국에서 장기적으로 연구하려면 어떻게 진행하고 누구랑 이야기해야 하는지 등을 알기 어렵다. 대학에서 일자리를 원하면 어떻게 할지 등도 알기 어렵다. 이런 행정적인 부분에서 지원이 아쉽다.
◇제럴드 크럴릭=한 가지 더 이야기 하면 한국에 오기 전에는 몰랐는데 브레인풀 사업이 1년 단위의 계약이었다. 매년 갱신해야 하는 것을 몰랐다. 생산성 증대를 위해 갱신이 필요할 수 있지만 1년으로는 뚜렷한 성과를 만들기 어렵다. 계약 기간이 짧은 것도 사업의 단점이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KAIST에 왔고, 최고의 기회다. 경쟁적 분위기나 공학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잘 맞는다. 그런 점에서 좀 더 장기적으로 머물고 싶지만 단기 계약 갱신이라 문제가 될 수 있다.
◇마렉 미카일락=브레인풀 사업을 계속하라는 말을 꼭 하고 싶다. 사업이 잘 조직돼 있고 자금지원도 좋다. 한국이 국제 협력연구를 계속 하려면 이런 프로그램이 효과적이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